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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맑은 틴트 / 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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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95회 작성일 17-05-0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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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맑은 틴트 / 이혜미




    입술에 툭, 떨어트리지
    순식간에 번져 가는 분홍

    분홍은 사라질 듯 아름다운 색

    고양이의 말랑한 발바닥과
    아기 노루의 촉촉한 콧잔등과
    부끄러워 따듯하게 번져 가는 두 볼과
    벚꽃, 벚꽃!

    꽃잎으로 입술을 닦으니
    분홍은 물들고
    분홍은 퍼져 나가

    분홍 입술로 분홍 휘파람을 불면
    달콤하게 물드는 바람

    오늘은 전화를 걸어 봐야지
    따스하고 맑은 너에게

    네가 나의 유일한 분홍이듯이
    우리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빛깔이듯이



鵲巢感想文
    시제에 ‘틴트tint’라는 외국어가 있다. 틴트는 물감의 빛깔을 부드럽게 바꾸는 일을 뜻한다는 사전적 의미다. 이 시는 출판사 창비에서 낸 청소년을 위한 시집에서 보고 선택한 것이다.
    분홍은 마음을 뜻한다. 시인 김지율의 시 ‘D’에서는 오렌지라는 시어가 나온다. 이 오렌지도 어쩌면 분홍이다. 분홍은 미숙한 어떤 마음의 상태를 암시적으로 내비치는 색깔이며 이 미숙한 상태에서 완벽으로 나아가려는 어떤 몸짓까지 이 속에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사랑의 단계와 발전은 완벽함에 이르는 길, 이것을 굳이 색상으로 표현하자면, 하얗거나 까맣다.
    청소년기는 무엇이든 받아들이기 힘든 시기이지만, 또 무엇이든 받아들이기 쉬운 시기다. 입술에 툭, 떨어트리면 순식간에 번져가는 마음, 이것은 분홍이다. 분홍은 언뜻 있다가도 사라진다. 이러한 아름다운 색을 지닌 시기가 청소년기다.
    고양이의 말랑한 발바닥과 아기 노루의 촉촉한 콧잔등과 부끄러워 따듯하게 번져 가는 두 볼은 분홍에 대한 묘사다. 고양이의 잰걸음 같은 아기 노루의 세상에 대한 궁금증 같은 어떤 마음이다.
    분홍과 입술 이외에 눈썹 같은 표현은 시에는 관능적으로 다가가는 시어다. 여기서는 아무래도 청소년을 위한 시이므로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 정도로 보면 좋을 듯싶다. 그러면 꽃잎은 청소년을 위한 시집이나 선생님의 말씀을 제유한 것으로 보아도 괜찮지 싶다.
    모든 문학작품은 교감을 근간으로 한다. 사조에 맞는 정서적인 교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이보다 훌륭한 작품은 없을 것이다. 청소년기는 분홍 입술로 분홍 휘파람을 불면 달콤하게 물드는 시기다. 이러한 시기인 만큼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집 한 권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누구의 분홍이듯 그런 빛깔로 우리에게 다가서는 다가가는 그런 분홍으로 있고 싶다.

    백만매택천만매린(百萬買宅千萬買隣)이라는 말이 있다. 백만금으로 집을 사고, 천만금으로 이웃을 산다는 뜻이다. 출처는 남사(南史)다. 남북조 시대 송계아의 말이다. 함께하는 이웃이 좋으면, 인생은 무릇 더 값지겠다. 며칠 되었다. 고령의 이모님께서 카페에 오신 일 있다. 아직도 보험 일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어디든 이사 가는 것은 싫다고 했다. 밤에 운동 삼아 공원을 거닐어도 아는 사람을 만나 인사 나누며 사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른 곳에 이사를 하여도 이만큼 친구를 만들려면 10년 더 걸리지 않겠느냐는 말씀이었다. 물론 이웃도 이웃이고 내가 속한 어떤 모임이나 단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누구의 분홍이듯 우리에게 다가서는 좋은 이웃으로 우리에게 다가가는 좋은 이웃으로 서로에게 스며드는 좋은 빛깔로 서야겠다. 나는 정말 좋은 이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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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미 1988년 경기도 안양 출생
    2006년 중앙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 ‘보라의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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