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 이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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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07회 작성일 17-05-14 16:17본문
나의 친구 / 이근화
그녀의 턱은 사각인데
그녀의 입술은 삐뚤어졌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짧은데
그녀의 눈은 점점 파래진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할까
어떻게 죽어갔을까
그녀는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고
그녀는 아무래도 옷을 입지 않은 것 같다
그녀는 가슴도 음부도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녀는 아름다운 것 같다
입술 속에 숨었다
손톱 밑에서 운다
아무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약속은 자꾸 미뤄지지만
친구 되기를
그녀와 나는 노력해본다
이 삶에 대해서도
鵲巢感想文
시제 ‘나의 친구’는 시인 이근화의 시집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의 종시다. 여기서 나의 친구는 역시 詩나 혹은 詩集으로 시인의 시에 대한 복종적이면서도 일관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시의 내용은 시나 시집의 묘사다. 더 나가 시인의 마음가짐을 표현한다. 시인의 시를 읽다가 의미가 비슷한 시를 얼마 전에 읽은 게 있어 아래에 덧붙여 설명한다. 성동혁 시인의 시 ‘수컷’이다.
수컷 / 성동혁
나는 스스로를 여자라고 부른다 애인의 가슴은 어젯밤 내가 모두 빨았다 하지만 나는 도덕으로 살고 있다 가슴을 깎아 내리면 연필처럼 검은 젓이 나온다
점궤를 믿는 것을 애인의 부족에선 도덕이라 칭했지만 나는 정해진 불행은 믿지 않는다
하나둘
나는 애인에게 걸음마를 배운 것 같다 그녀의 젖을 빨고 어깨를 펴면 엽록소가 환자에서부터 분열한다 걸어 나갈수록 숲은 궁금하다
그 뒤로도 나는 머리를 땋는 사람들의 젖을 함부로 물었다
애인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여자에게도 젖을 물렸다 애인은 작아진다 나는 사라진 애인에게서 여자를 물려받았다
성동혁 시인의 시 ‘수컷’ 전문이다. 시인은 남자다. 그러므로 시제는 ‘수컷’이라 하고 시 속에 든 애인은 여자로 극을 살렸다. 여자라고 했지만, 굳이 여자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거저 애인이다.
시인은 애인 같은 시를 보아야 애인 같은 여자를 생산할 수 있는 직업이다. 생산은 도덕적이어야 하며 가슴을 깎아내리는 고통이 따른다. 시인의 길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얼마나 많은 애인을 거느리며 느끼며 또 나가야 하는지는 이 시에서 잘 묘사해주고 있다.
머리를 땋는 사람들의 젖을 함부로 물었다.
얼마 전이었다.
처가에 처형은 강아지를 키운다. 종 이름이 ‘화이트포메라이언’이라 한다. 며칠 전에 새끼를 낳았다. 암놈 둘, 수놈 하나다. 한날은 새끼가 어미 젖 빠는 동영상을 보여주기에 지금은 매일 보고 있다. 새끼는 자는 시간 말고는 어미 젖 빠는 것이 일이라 했다. 어찌나 귀엽던지, 저러면서 성장하는구나 싶었다.
시학을 공부하는 데 굳이 강아지 비유를 들 필요는 있겠나 싶어도 시제 ‘수컷’과 ‘나의 친구’는 무엇을 뜻하는지 대충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카페는 누구나 붓을 쉽게 들 수 있는 자리가 있다. 나는 붓으로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이라고 써본다. 출전이 ‘추구推句’다. 추구推句는 조선왕조 시대에 천자문과 함께 아동교과서로 널리 읽힌 책이다.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은 안중근 선생께서 옥중에서 쓰신 글귀라 더 유명해졌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이다. 하루라도 마음을 다스리는 글귀를 찾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만 돋겠나 싶다. 스스로 책을 드는 것만큼 그 어떤 일도 현명한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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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현대문학’ 등단
이근화 시집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창비
그녀의 턱은 사각인데
그녀의 입술은 삐뚤어졌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짧은데
그녀의 눈은 점점 파래진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할까
어떻게 죽어갔을까
그녀는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고
그녀는 아무래도 옷을 입지 않은 것 같다
그녀는 가슴도 음부도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녀는 아름다운 것 같다
입술 속에 숨었다
손톱 밑에서 운다
아무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약속은 자꾸 미뤄지지만
친구 되기를
그녀와 나는 노력해본다
이 삶에 대해서도
鵲巢感想文
시제 ‘나의 친구’는 시인 이근화의 시집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의 종시다. 여기서 나의 친구는 역시 詩나 혹은 詩集으로 시인의 시에 대한 복종적이면서도 일관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시의 내용은 시나 시집의 묘사다. 더 나가 시인의 마음가짐을 표현한다. 시인의 시를 읽다가 의미가 비슷한 시를 얼마 전에 읽은 게 있어 아래에 덧붙여 설명한다. 성동혁 시인의 시 ‘수컷’이다.
수컷 / 성동혁
나는 스스로를 여자라고 부른다 애인의 가슴은 어젯밤 내가 모두 빨았다 하지만 나는 도덕으로 살고 있다 가슴을 깎아 내리면 연필처럼 검은 젓이 나온다
점궤를 믿는 것을 애인의 부족에선 도덕이라 칭했지만 나는 정해진 불행은 믿지 않는다
하나둘
나는 애인에게 걸음마를 배운 것 같다 그녀의 젖을 빨고 어깨를 펴면 엽록소가 환자에서부터 분열한다 걸어 나갈수록 숲은 궁금하다
그 뒤로도 나는 머리를 땋는 사람들의 젖을 함부로 물었다
애인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여자에게도 젖을 물렸다 애인은 작아진다 나는 사라진 애인에게서 여자를 물려받았다
성동혁 시인의 시 ‘수컷’ 전문이다. 시인은 남자다. 그러므로 시제는 ‘수컷’이라 하고 시 속에 든 애인은 여자로 극을 살렸다. 여자라고 했지만, 굳이 여자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거저 애인이다.
시인은 애인 같은 시를 보아야 애인 같은 여자를 생산할 수 있는 직업이다. 생산은 도덕적이어야 하며 가슴을 깎아내리는 고통이 따른다. 시인의 길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얼마나 많은 애인을 거느리며 느끼며 또 나가야 하는지는 이 시에서 잘 묘사해주고 있다.
머리를 땋는 사람들의 젖을 함부로 물었다.
얼마 전이었다.
처가에 처형은 강아지를 키운다. 종 이름이 ‘화이트포메라이언’이라 한다. 며칠 전에 새끼를 낳았다. 암놈 둘, 수놈 하나다. 한날은 새끼가 어미 젖 빠는 동영상을 보여주기에 지금은 매일 보고 있다. 새끼는 자는 시간 말고는 어미 젖 빠는 것이 일이라 했다. 어찌나 귀엽던지, 저러면서 성장하는구나 싶었다.
시학을 공부하는 데 굳이 강아지 비유를 들 필요는 있겠나 싶어도 시제 ‘수컷’과 ‘나의 친구’는 무엇을 뜻하는지 대충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카페는 누구나 붓을 쉽게 들 수 있는 자리가 있다. 나는 붓으로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이라고 써본다. 출전이 ‘추구推句’다. 추구推句는 조선왕조 시대에 천자문과 함께 아동교과서로 널리 읽힌 책이다.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은 안중근 선생께서 옥중에서 쓰신 글귀라 더 유명해졌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이다. 하루라도 마음을 다스리는 글귀를 찾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만 돋겠나 싶다. 스스로 책을 드는 것만큼 그 어떤 일도 현명한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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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현대문학’ 등단
이근화 시집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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