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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태어나기 전에 / 안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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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83회 작성일 17-05-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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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태어나기 전에 / 안미옥




    네가 태어나기 전에도 사람들은 비틀린 목소리로 말하고 휘어진 거울을 들고 다녔어. 어떻게 해야 좋은 마음이 되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잔재, 잔재들. 긁어모으면 커지는 줄 아는 사람. 눈물의 모양을 감춰둘 수 없어서 다 깨뜨렸다. 거울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자기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 물살이 멈추지 않았다.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표정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눈앞에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빛. 살아남자고 말하면서 흩어지는 잎. 머뭇거리고 머뭇거리는 일. 밖에서부터 안으로 목소리들이 들어온다. 비워두었던 공간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슬픔에 익숙해지기 위해 부드러움에 닿고자 하는 마음을 버렸다. 잘못을 말하고 싶지 않아서 입을 닫아버렸다. 마른 꽃을 쌓아두고 겨울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주 작은 연함,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鵲巢感想文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어떤 세상이었을까? 끝없이 펼쳐지는 우주에 여러 행성 중, 지구에 지구의 여러 대륙과 대륙 중에서도 아시아와 아시아 내에 한반도에서 우리는 태어났다. 한반도의 유수한 역사를 들여다보며 지금껏 변천한 시대의 양상과 국가의 변모를 들여다본다. 나는 누군가?
    시는 철저한 서정에 해당하는 문학작품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네가’하며 지칭하는 것은 시인 본인이다. 네가 태어나기 전의 기점은 글을 알고 글을 모르는 시점으로 경계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글을 모르고 지날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가!
    굳이 감상하자면,
    내가 시를 모르고 지날 때는 시를 읽을 때 시집에 든 내용은 모두 비틀린 목소리 같고 마치 휘어진 거울을 들여다보듯 했다. 어떻게 해야 좋은 시가 되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잔재, 잔재들 같았다. 무조건 시를 긁어모으면 성장하는 줄 알았다. 눈물의 모양 즉 시를 감춰둘 수 없어서 모든 것을 다 까발리게 되었다. 거울이 바닥으로 쏟아진 것처럼 내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시 공부는 계속 이었다. 그러나 땅에 쉽게 닿지는 않았다. 무엇을 써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사람이 늘고, 눈앞에 있는데도 보이지 않았다. 안간힘 다하여 쓰며 쓰고 써도 흩어진 생각 같았다. 머뭇거리고 머뭇거리는 일이 잦았다. 밖에서부터 안으로 목소리가 들어왔을 때, 즉 내가 아닌, 다른 것에서부터 나를 읽을 때 비웠던 공간이 채워져 나갔다. 이제 여태껏 읽은 마른 꽃을 쌓아두고 겨울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주 작은 연함, 눈 같은 보드라운 낱장(낯)을 그리며 시를 쓴다.
   
    노자 도덕경 76장에 이런 말이 있다. 기사야고고其死也枯槁, 고견강자사지도故堅强者死之徒, 유약자생지도柔弱者生之徒라는 말이다. 그 죽음은 마르고 딱딱하다. 그러므로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라 했다. 내가 태어나기 전과 후를 굳이 표현하자면, 시 인식에 있을 것이다. 시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은 세계를 좋아한다. 잠시라도 생각지 않으면 머리가 딱딱하고 굳어 죽음의 무리에 들어가고 만다. 그러니 시인은 쓰는 일에 등한시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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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미옥 1984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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