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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시대 / 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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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37회 작성일 17-05-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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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시대 / 송찬호




    끝없이 놋쇠비가 내린다
    벽보는 젖어 찢어지고
    바리케이드는 무릎이 잠긴다
    누가 보낸 것일까
    검은 우산 속 풋내기 탐정이
    건너편 길모퉁이 카페를
    오래 지켜보고 있다
    저 작달비 그치면
    청동시대는 곧 저물어가리

    너무 비대해져 날지 못하는 청동의 도시
    푸른 녹에 싸인
    저 단단한 허구가
    이렇게 큰 도시를 낳았다
    퍼붓는 놋쇠비
    새로운 청동의 새는
    형상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격렬한 문장은 얼굴을 감싼다
    군중들은 허기져 있다
    굴뚝마다 청동을 들이붓는다

    누군가 놓고 가버린
    청동의 손,
    그 옆에 시 한 편
    그리고 반쯤 마시다 식어버린 찻잔
    또 다른 누군가 창문을 열고 고함을 치지만
    금세 소리를 삼켜버리는 놋쇠비
    저 작달비 그치면
    청동시대는 곧 저물어가리



鵲巢感想文
    이 시는 송찬호 선생의 시집 ‘분홍 나막신’에 든 시다. 선생의 시 특징을 익히 알고는 있지만, 어느 시 한 편을 무심코 골라 읽으면 나는 또 나의 고정관념이 여실히 무너짐을 느낀다.
    시제가 ‘청동시대’다. 이 시제만 읽어도 마치 청동기 시대를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청동기 시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청동만치 굳은 세계에 대한 동경과 청동의 생산, 생산하고 난 다음의 잊혀가는 인간의 감정을 노래한다. 그러니까 청동은 청동이 아니라 굳은 문장이나 완벽한 시를 제유한다.
    끝없이 놋쇠비가 내리는 이유는 청동이라는 굳은 문장을 읽으면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데 그만큼 시간이 걸리니 그 걸리는 시간을 놋쇠비로 제유한다. 시를 읽는 만큼 비는 계속 내리는 거니까.
    벽보는 젖어 찢어지고 있다. 놋쇠비가 계속 내리는 상황은 내가 적어야 할 청동(詩)은 적지 못하는 것이므로 내 노트(벽보)는 비에 계속 젖어 들어가므로 찢어지는 상황으로 묘사한다.
    바리케이드는 무릎이 잠긴다. 무릎이 잠길 정도니 꼼짝없이 붙잡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시 해석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누가 보낸 것일까. 도대체 이 청동(詩)은 말이다.
    검은 우산 속 풋내기 탐정은 청동과 대치된다. 그러니까 청동을 읽으려는 주체다. 시인이거나 시 2연에 나오는 군중이라 해도 괜찮겠다. 건너편 길모퉁이 카페를 오래 지켜보듯 놋쇠비 맞으며 청동을 읽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저 작달비 그치면 청동시대는 곧 저물어가리. 저 청동(詩)을 읽게 된다면 청동시대는 덮고 만다. 다 읽었으니까 소용이 없어지는 것이다.
    시 1연은 청동의 개념과 상황을 묘사한 것이라면, 시 2연은 청동을 읽으려는 주체와 주체의 변이된 시를 꿈꾼다.
    너무 비대해져 날지 못하는 청동의 도시다. 청동의 도시에서 ‘의’라는 소유격 조사를 붙인 것에 관심 있게 보아야겠다. 시를 읽는 자를 청동의 도시로 비유한 것이다. 내(독자) 몸은 하나의 도시로 치환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를 읽지 못하니 비대하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가볍고 훌훌 날아가는 기분일 게다.
    시를 읽지 못하니 푸른 녹에 싸인 저 단단한 허구가 되고 점점 커가는 청동의 도시를 느끼게 된다. 놋쇠비는 계속 내리고 변이된 새(詩)를 기원하지만, 낳지 못하니 형상은 완성되지 않은 것이 된다. 군중들은 허기져 있고 굴뚝마다 청동을 들이붓는 지경에 이른다. 굴뚝*의 시어에 대한 설명은 전에 시인 강정의 시 ‘가을 산파 2’에서 한 번 다루었기에 넘긴다.
    시 3연은 시 이해와 결별은 어떻게 찾아오는지 상황을 묘사한다. 누군가 놓고 가버린 청동의 손과 반쯤 마시다 식어버린 찻잔은 대치를 이룬다. 청동의 손이 ‘습작생’이면 그 옆에 시 한 편은 완성의 세계다. 이 시 한 편은 청동 찻잔이나 다름없겠지만, 읽는 과정을 생각해서 마신다는 동사를 넣은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 창문을 열고 고함을 치지만 금세 소리를 삼켜버리는 놋쇠비라 했다. 놋쇠비는 청동의 도시 처지다. 창문은 하나의 경계다. 이해와 이해 부족의 격차다. 창문을 열고 가는 무리가 있고 그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놋쇠비만 계속 맞는 무리가 있는 셈이다.
    청동(詩 )의 처지로 보면, 작달비(장대비) 그치면 청동시대는 저물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작달비는 하나의 장벽이다. 장벽이 해체되면 시는 보이는 것이니 말이다.

    네트워크 마케팅을 다단계 마케팅(MLM: Multi-Level Marketing, 이하 MLM)이라고 한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성행하는 거 같다. 예전에 암웨이 사업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던 시기가 있었다. 금융 다단계는 불법일 소지가 매우 높아 성행하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가상화폐가 급부상하고 있다. 원-코인이나 비트코인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는 것 같다. 네트워크 마케팅의 리드가 설명한 사회가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모두 억만장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사용자 증가는 그 리드의 몫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장은 언제나 완전경쟁이기 때문에 완벽하고 독보적인 거 같아도 새로운 무리는 늘 따르기 마련이다.
    어쩌면 나는 이 사회에 놋쇠비를 맞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청동은 무엇이며 새로운 청동의 새는 무엇인가? 오늘도 굴뚝에 청동을 들이부으며 나는 생각한다. 큰 집이 천 칸이라도 밤에 자는 자리는 여덟 자밖에 안 된다고 했다.(대하천간大廈千間 야와팔척夜臥八尺)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여덟 자도 너르다. 한 자의 이 작은 청동은 어쩌면 현실의 아수라장을 떠나 창으로 안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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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뚝 장작이나 어떤 땔감에다가 불을 지펴 연기가 빠져나가도록 하는 인공물이다. 그러니까 노력의 결과로 피어나는 사색의 진로다. (가을 산파 2 / 강정) 참조바람
    *대하천간大廈千間 야와팔척夜臥八尺 큰 집이 천 칸이라도 밤에 자는 자리는 여덟 자밖에 안 된다. 廈 큰집 하, 臥 누을 와
    송찬호 1959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6호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시집 ‘분홍 나막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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