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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시월 / 이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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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61회 작성일 17-05-16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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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시월 / 이정록




    미용실에 들렀는데 목수 여편네가 염장을 지르데.
    자기 신랑은 거시기가 없는 줄 알았다고.
    종일 먹줄 퉁기다 오줌 누곤 했으니 거시기까지 몽땅 새카매서
    처음 봤을 때 자기도 모르게 거시길 뒤적거렸다고.
    그랬더니 시커먼 숲에서 망치가 튀어나와 지금까지 기절시키고 있다고.
    지는 처음부터 까본 년이라고. 그게 이십년 넘게 쉰내 풍기는 과부한테 할 소리여.
    머리 말던 정육점 마누라가 자기는 첫날 더 놀랐다고
    호들갑 떨더라고. 거시기에 피딱지가 잔뜩 엉겨붙어 있더라나.
    어데서 처녀를 보고 와서는 자기를 덤으로 겸상시키는 줄 알았대.
    하루 종일 소 돼지 잡느라 피 묻은 속옷도 갈아입지 못했다고
    곰처럼 웃더라나. 자기는 아직도 거시기에 피 칠갑을 하는 처녀라며
    찡긋대더라고. 그게 없는 년한테 씨부렁댈 소리냐고.
    근데. 동생은 밤늦게까지 백묵 잡을 테니까 거시기도 하얗겠다.
    단골집 주인은 백태 무성한 서글픔을 내 술잔에 들이붓는 것이었다.
    모르는 소리 마요. 분필이 흰색만 있는게 아니에요.
    노랑도 있고 파랑도 있고 빨강도 있어요.
    그려, 몰랐네. 색시는 좋겠다. 색동자지하고 놀아서.
    술잔이 두둥실 떠오르는 색동 시월, 마지막 밤이었다.



鵲巢感想文
    詩 한 편을 읽어도 이렇게 구수하면서도 웃음이 절로 나는 것도 없겠다. 시인 이정록 선생의 시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두 번째 단락은 모두 익살스러운 시로 묶었다. 사투리로 느리게 읽는 맛과 문장에서 풍겨 나오는 그 어떤 속 맛까지 더해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시제 ‘청양행 버스기사와 할머니의 독한 농담’은 읽다가 까무러칠 정도다. 앞에 부분만 조금 쓴다면, 이렇다.

    -이게 마지막 버스지?
    -한대 더 남었슈.
    -손님도 없는데 뭣하러 증차는 했댜?
    -다들 마지막 버스만 기다리잖유.
    -무슨 말이랴? 효도관광 버슨가?
    -막버스 있잖아유, 영구버스라고.
    -그려. 자네가 먼저 타보고 나한테만 살짝 귀띔해줘. 아예, 그 버스를 영구적으로 끌든지.
   
    시는 계속 이어간다. 뭐 詩 한 편 굳이 머리 싸매며 쓰는 것도 좋은 공부지만, 사는 것은 머리 아픈 일만 있을까? 익살과 해악이 함께하는 세상사다.

    대찬승달초(大讚勝撻楚)라는 말이 있다. 퇴계 선생의 ‘훈몽’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지나친 가르침은 모를 뽑아 돋움과 같으니(多敎等揠苗다교등알묘), 큰 칭찬은 회초리보다 낫다네(大讚勝撻楚대찬승달초) 내 자식 우매하다 말하지 말라(莫謂渠愚迷막위거우미) 내가 기쁜 얼굴을 하는 것만 못하리(不如我顔好부여아안호)
    굳이 위 시와 연계가 되지는 않지만, 성인은 너무 일찍 동심을 잃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세상은 마치 회초리 같다. 각박한 사회다. 모든 것이 마음 상한 일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톱니바퀴처럼 계획된 도시, 기계처럼 생산하는 하루는 현대인에게는 숨 막히는 삶이다.
    회초리 같은 사회를 잠시 벗어나 보는 것도 좋겠다. 칭찬은 스스로 하여야 한다. 생각보다 우리는 이루어 낸 것이 많다. 누구에게나 물어도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은 그렇게 흔치는 않다. 그만큼 안정된 세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안정된 세계에 칭찬과 버금가는 참된 ‘나’를 찾을 때가 아닌가 싶다.
    필자는 시학은 회초리가 아니라 칭찬임을 강조하고 싶다.
    시는 순수 마음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보는 세계가 아니라 순수 아이가 보는 세상처럼 나의 세상을 다지고 만들어가 보자.

===================================
    이정록 196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다.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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