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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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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도 / 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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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94회 작성일 17-05-1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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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도 / 김준현




    1
    새는 미치는 순간부터 높이를 배웁니다 / 세상은 작아집니다

    그중에서 / 눈썹은 가장 예민한 숲입니다 / 바람과 바람이 교배하는 날들이면 어머니의 방문을 두드렸는데

    일요일의 적십자는 왜 어둠과 친한 걸까요?

    저 십자가들을 상처라고 합시다 / 나는 상처를 핥아 본 적이 있습니다 / 친구가 없는 사람에게는 종교를 가진 사람이 다가오고 / 나는 그 종교를 믿었습니다

    2
    수많은 눈동자들이 달과 연결되어 있어요 / 나와 달이 가까워지기 위해 / 당신의 시점이 필요하고

    당신의 / 눈동자부터 그리는 습관도 여전하지요 /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 그림이 시작되어도 / 그림보다 / 당신의 저녁 반찬이 더 궁금하다면 / 당신의 기도보다

    나는 더 이상 손을 모으는 법을 모릅니다 / 새처럼

    더 높이 오르면 / 이 세상을 저 세상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이 페이지는 당신이 버린 날개입니다



鵲巢感想文
    시인 김준현의 시 ‘조감도’를 읽고 깜짝 놀랐다. 필자가 운영하는 카페가 ‘조감도’라서 말이다. 또 시인의 약력을 보니, 경상도 사람이자 지역, 같은 학교 출신이라 더욱 놀랐다.
    시인의 시 ‘조감도’는 두 단락으로 1과 2로 구분해놓고 있다. 행 가름이 되어 있지만, 지면상 붙여 쓴 것에 양해를 구한다. 시인은 새는 미치는 순간부터 높이를 배운다고 했다. 그리고 세상은 작아진다고 했다. 새는 의인화다. 미치는 대상은 우리가 애정으로 다가선 어떤 목표물일 게다. 안목眼目이라는 말이 있다.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견식이다. 전 문화재청 청장을 지냈던 유홍준은 '안목'은 미를 보는 눈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보는 눈 모두라고 했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인다는 말이다. 그때 보는 것은 그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미친다는 말은 어느 선에 닿는 것과 매혹에 따른 골몰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시학을 공부하겠다고 들자 시학의 높이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때부터 전에 알지 못했던 시학은 산처럼 새로운 세상의 윤곽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윤곽이 드러나면 어쩌면 세상은 작게 보일 수도 있음이다. 이건 처음을 대할 때 느낌이다.
    그중에서 눈썹은 가장 예민한 숲이라 했다. 눈썹이라는 시어는 전에 시인 이혜미의 시 ‘분홍 맑은 틴트’에서 한 번 다루었다. 눈썹의 형태와 모양 그리고 색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시에서는 하나의 정의로 내렸다. 눈썹은 가장 예민한 숲이라고 시인은 정의한다.
    바람과 바람이 교배하는 날들이면 어머니의 방문을 두드렸는데, 바람과 바람은 동일 물질로 다른 형태로 닿는다. 교배했으니까 말이다. 교배라는 말은 생물의 다음 세대를 얻기 위한 수정을 뜻하기도 하지만, 서로 맞절하는 뜻도 있다. 여기서는 아무래도 전자가 맞을 것 같다. 굳이 얘기하자면, 생물적 탄생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이루려는 시인의 갈등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어머니는 시를 제유한 것으로 보인다.
    일요일의 적십자는 왜 어둠과 친한 걸까요? 일요일의 적십자는 시인을 치환한 시구다. 때는 일요일이고 적십자와 같은 어떤 열정을 이 시구에 담았다. 어둠은 아직 시에 미치지 못한 열정이라 보면 좋겠다.
    저 십자가들을 상처라고 합시다. 여기서 십자가는 일요일의 적십자와 대치가 된다. 그러니까 극을 이룬 셈이다. 십자가는 종교적 색채가 강하지만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하나의 희생, 봉사, 어떤 기여로 받친 경전 같은 말씀이기 때문이다.
    나는 상처를 핥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모 시인은 현대문학에 詩는 모두 변종이라 얘기하기도 했다. 상대의 상처 즉, 저 십자가를 핥아야 적십자는 변이할 수 있으며 바람으로 태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락,
    수많은 눈동자가 달과 연결되어 있어요, 수많은 눈동자는 시인의 시 읽기와 그 결과로 낳은 문장들로 아직 미완성의 단계다. 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시 인식의 분열이다. 이것은 모두 달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까 달은 완벽한 세계로 이상향이 된다.
    나와 달이 가까워지기 위해 당신의 시점이 필요하다. 당신의 눈동자부터 그리는 습관도 여전하다. 그러니까 시인의 습관을 이 문장에서 표현한 것으로 시를 배우는 단계는 습작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필사는 꼭 거치는 일임을 여기서 명기한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그림이 시작되어도 그림보다 당신의 저녁 반찬이 더 궁금하다면 당신의 기도보다 나는 더 손을 모으는 법을 모른다고 했다. 조금 꼬아 놓은 문장이기는 하지만, 쉽게 말하자면, 내가 달에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론에서 바람을 열어보고 바람을 쐬는 것까지는 시인의 일이지만, 바람의 내용이나 속에 담은 이유라든가 뭐 그런 것은 알 필요가 없고 알아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니까 당신의 저녁 반찬은 시인의 닿고자 하는 세계에 대치를 이룬 상대의 내막을 제유한다.
    새처럼 더 높이 오르면 이 세상을 저 세상이라고 불러야 하나? 여기서 의문형으로 독자께 돌렸다. 하나의 안목이자 글 깊이 혹은 내공을 의식하며 던진 화두다. 그래서 시제는 ‘조감도’가 된다. 조감도는 건축용어이기도 하지만, 새가 바라보는 관점으로 어떤 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인의 욕망이 그려져 있음이다. 그러므로 이 시는 완벽한 시로 탄생한 것이며 결국, 이 시를 읽는 이로 하여금 버린 날개가 되는 것이다.
    이미 굳은 세계며 시의 고체화자 시인에게서 떠난 문장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것은 몰입이며 미치는 것이다. 중용에 정성에 관한 좋은 글귀가 있어 이를 적으며 시 감상을 마칠까 한다. “정성이란 스스로 이뤄지며 도는 스스로 행해야 한다. (誠者自成也 而道自道也), 중략, 정성은 만물의 처음과 끝이요 정성이 없으면 만물 또한 없는 것이다. (誠者物之終始 不誠無物), 중략, 대개 사람의 마음은 능히 부실이 없어야 하며, 이에 행함이 있게 되면 스스로 이뤄진다. (蓋人之心能無不實 乃爲有以自成)”고 밝히고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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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현 1987년 경북 포항 출생,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흰 글씨로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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