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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쌍둥이자리 / 한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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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81회 작성일 17-05-23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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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자리 / 한세정




    여긴 낯선 말로 생각하는 곳이야 사람들은 다른 말로 인사를 건네고 노래를 부르지 입술의 악보를 따라 구름이 흐르고 떠나는 버스를 향해 아이들은 손을 흔들지 그런 날엔 내 입술은 토끼처럼 실룩거릴 테지만

    한때 우린 같은 투망에 걸린 물고기였던 걸까 숨을 쉴 때마다 비늘의 무늬를 나누어 갖네 빈 젖을 쓸어내리며 멀리서 엄마가 이름을 부를 때 다른 거리에서도 우리 얼굴은 닮아 가지 손바닥의 금들은 아무것도 나누지 못할 거야

    거리를 지나가는 장례 행렬이 보여 침묵이 이끄는 오 분간의 이동, 행인은 걸음을 멈추고 성호경을 긋지 세상의 어떤 필체는 다시 쓰이지 않겠지 내가 보낸 엽서가 대륙의 반대편에서 되돌아올 때 우리 입술은 다른 연인의 입술에 포개어지고 세상은 잠시 기울어지지 안녕, 오늘은 누군가 낯선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날이야



鵲巢感想文
    시를 쓴다는 것은 다른 쪽 세계에 들어가 본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을 그려야 하므로 시인은 현실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렇게 그려낸 세상은 시를 좋아하는 애독자가 읽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다. 모두 낯선 장소, 낯선 말, 낯선 문장이기 때문에 마치 우리는 이방인이 된 듯 그런 느낌이다. 어쩌면 시는 이런 이방인의 감정을 표현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떠나는 버스를 향해 아이들은 손을 흔드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시는 비유다. 버스는 어떤 목적지에 이동하는 탈 것을 말하며 아이들은 손을 흔든다는 것은 어떤 동심을 표현한다. 어떤 목적성에 함께하는 일을 저버리는 감정 같은 것이 묻어나 있다. 내 입술은 토끼처럼 실룩거린다. 토끼는 초식동물이자 겁이 많고, 약하고 미묘한 감정 따위를 표현하기에 비유적으로 많이 쓰는 단어다.
    시는 어쩌면 투망에 걸린 물고기다. 물고기라는 시어에 유심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고기는 물에서만 산다. 물고기처럼 유영하는 사고를 우리는 물고기 하나로 표현한다. 머리가 저수지라든가 바다라면 이 속에 수많은 생각은 물고기다. 이중 투망에 걸린 물고기이니까 구체화한 사고다. 그러니까 글로 표현하였거나 텍스트다. 어떤 갇힌 공간에 귀속된 물건으로 우리의 생각을 표현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진열장 안에 빈 병들, 카페에 앉은 손님 더 나가 야구장을 그려도 괜찮겠다.
    물고기가 사고라면 비늘의 무늬는 명료화된 문장이다. 빈 젖과 엄마는 대치를 이루며 손바닥의 금들은 비늘의 무늬가 변이된 사고다.
    오 분은 무엇을 인식하기에는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다. 우리는 머릿속 거리에 장례행렬처럼 시가 읽히며 시를 인식할 때 마치 성령을 부르는 기호로 세상을 부른다. 이와 똑같은 세계를 그리는 것은 예술가로서 가당치 않은 말이며 또한 그려낸 우리의 희망은 텍스트와 별다른 문자일리는 없다. 동종의 세계며 동인이며 한 웅덩이의 물고기나 다름없다. 마치 거울 보며 악수를 못 하는 손으로 악수하듯 서로 바라보는 격이다. 시는 그 어떤 별종도 아닌 동종의 그리움으로 다시 서게 되니까 시제는 쌍둥이자리라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상형제지(象形制之)라는 말이 있다. 출처가 세종실록이며 원문은 정음이십팔자(正音二十八字) 각상기형이제지(各象其形而制之)다. 정음 28자는 그 형상을 본떠서 만들었다는 말이다. 여기서 그 형상은 무엇일까? 세종은 자연을 본떠, 자연의 원리에 따라 우리글을 만들었다. 세종께서 만든 우리의 문자로 현시대를 사는 시인은 시를 쓴다. 시학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현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시인이 만든 문자를 우리가 익히 읽지 않으면 시에 근접한 사고는 어렵겠다. 어쩌면 위 시인의 시 ‘쌍둥이자리’와 같은 시인은 상형제지로 시에 더 가까이 갈 이유다.
    많은 시인은 독보적인 문장을 갈구하고자 이 밤을 스치며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세종께서 만인을 위한 민음을 제작한 것은 모두 자연에서 본뜬 것을 생각하면 가장 자연적인 것이 시에 더 애착을 갖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진열장 안에 빈 병들보다는 투망에 걸린 물고기가 더 나은 표현이다. 오늘 투망을 던지며 물고기를 끌어올리는 시인은 어떤 마음일까? 세종께서 백성을 위하듯 독자를 위한 마음은 무엇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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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세정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8년 ‘현대문학’에 ‘태양의 과녁’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입술의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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