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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의 진혼곡 / 강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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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40회 작성일 17-05-2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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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의 진혼곡 / 강기원




    밤의 서재에선
    담즙 냄새가 난다
    묘지 속 관들의 쾨쾨한 입냄새
    일렬종대로 꽂혀 있는 冊들의 뼈
    시간의 풍장에 바쳐진
    뼈들의 전집
    뼈들의 파이프오르간
    밤의 건반과 페달을 눌러
    잠든 나를 깨우는 유령 저자들
    돋을새김처럼 또렷해지는
    시침과 분침의 타악
    빙벽처럼 버티고 선 冊, 冊들 바라보며
    다만 펜을 들고
    영혼의 처녀막이듯
    막막한 설원의 백지 위에
    단 한 글자도 적지 못하는 밤
    백색의 웅장한 진혼곡을 듣는다
    크레바스처럼 두개골이 열리는
    진혼곡



鵲巢感想文
    자연과 화가와 시인을 굳이 차이를 따지자면, 다루는 색에 있겠다. 자연은 수만 가지 색으로 꾸미거나 꾸밀 수 있으며 화가는 자연에 미치지는 못하나 다채로운 색상을 구별하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시인은 단 이도의 색상으로 세상을 그려낸다. 하얗거나 까맣거나 이 속에 인간의 감정뿐만 아니라 인간이 본 세상을 그려낸다.
    단 이도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문학 활동이라 얘기할 수 있겠지만, 디지털 시대에 가장 회피하는 문학이 되었다. 양은 출몰하는 세상이나 그늘은 없는 세상이다.
    백색은 밤과 대치되며 책들의 뼈와 뼈들의 전집 그리고 뼈들의 파이프 오르간, 페달과 건반 등과 대치되는 상징적 시어다.
    수많은 책과 씨름하며 단 한 줄의 시를 낚기 위한 시인의 고통을 이 시에서는 볼 수 있으나 세상은 시 쓰는 행위만으로 백색의 웅장한 진혼곡을 듣는 것도 아니다.
    영혼의 처녀막 같은 새로운 세상은 크레바스처럼 두개골이 가르는 현상처럼 어렵고 힘들고 그 어떤 역경과 고난의 난로를 겪어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역경과 고난을 겪어도 이루지 못하고 썩는 백지 같은 설원, 중도 폐기한 산성은 얼마나 많은가!
    모든 일이 순탄하고 자연스럽게 가는 것은 그 어떤 일도 없다. 애써 노력하고 노력한 그 일에 고민하며 밤잠 스쳐 가며 사랑으로 받들 때 비로소 성사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한 편의 시를 낚기도 어렵듯 그 어떤 일의 시스템 하나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온전한 경제적 자립은 이 사회를 사는 모든 이의 바람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바르게 설 수 있으며 나의 역량을 최대한 살릴 수 있을까 말이다.
    백색의 진혼곡이 아니라 검정의 행진곡으로 말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일에 신중하고 치밀하게 지혜를 모아 그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 공자께서는 이를 두고 임사이구臨事而懼라 했다. 1449년 무렵 중원 대륙은 혼란에 휩싸였다. 몽골족의 야선(也先)이 이끄는 군대가 만리장성을 넘어 요녕성 광녕(廣寧)까지 쳐들어오자 이에 명나라는 몽골족을 정벌하러 나섰다는 것이다. 이처럼 외환(外患)소식과 군대 징집 문제로 소연해지자 세종실록에 의하면 세종대왕은 이렇게 말했다.

    고인당대사(古人當大事) 필운(必云) 임사이구(臨事而懼) 호모이성(好謀而成)
    옛사람은 큰일을 당할 적에 반드시 일에 임해서는 두려워하되 지모를 내어 성사시키라 했다.

    특히 세종은 독서경영에 몸소 실천하신 분이다. 시인의 시 ‘백색의 진혼곡’ 시 내용과 같이 밤의 서재에서 담즙 냄새가 나고 묘지 속 관들의 쾨쾨한 입 냄새처럼 책과 함께하며 책과 더불어 숨을 쉬려고 하는 것은 내일의 불안을 해소하고 더욱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경영인만의 일이겠다.
    매사 일이 어렵고 혼란스러운 것은 비단 현대인만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리 분별하고 현명한 판단이 따른다면 그 어떤 일도 잘해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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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원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7년 ‘작가세계’로 등단했다.
    시집 ‘지중해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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