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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그리고 틈 / 강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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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84회 작성일 17-05-2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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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그리고 틈 / 강 경우




    내 눈에서 가장 가까운 속눈썹, 너무 가까워서 보이지 않는 것들의 사랑과 슬픔, 그리고 그것들의 역할과 수고를 까맣게 모르고 산다. 나는 남자이므로 거울을 보아도 속눈썹은 보지 않는다. 창을 열면 저것들의 갖가지 모습이 보인다.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의 심술, 꽃마다 다른 색깔의 웃음과 울음을 보고 듣는다. 날아오르는 나비를 일순간에 낚아채는 물찬 제비의 몸짓이라 할지, 땅속을 파고들어야 먹을 게 생기는 두더지라 할지, 그런 삶과 죽음의, 영광과 좌절의, 사랑과 슬픔의 세계들과도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 모르지 않는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아프지만 틈이라는 바람길을 열어두어야 한다, 가장 가까워야 할 내 속눈썹과 나는 안 보이는 별만큼 멀다. 사랑이란, 슬픔이란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보이지 않는다. 너와 나 사이에 바람길. 때로는 그것이 고통이 된다 해도 숨통이며 잠깐의 여유, 中은 神의 길이다. 너무 가까운 것은 너무 먼 거리가 된다.



鵲巢感想文
    선생님께서 보시면 뭐라 하실지 턱 겁부터 먼저 든다. 시를 처음 대할 때는 역시 중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졸업하고 한동안 시를 잊고 지나다가 대학 졸업하고 연애할 때였다. 편지를 썼고 시를 애용하였다. 시가 좋았다. 결혼했다. 한동안 시를 잊고 지내다가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일기를 썼다. 일기를 남 앞에 서서 읽거나 보이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모두 일의 성공을 위한 몸짓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지인을 통해 ‘시마을’을 알 게 되었다. 시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시인들만 우글거리는 마당에 글을 올려 보았다. 시 같지 않은 시들만 올렸다. 그때 미당의 시와 김춘수 선생의 시를 꽤 흠모한 때라 비슷한 어떤 글 같은 것이었다. 그러다가 이성복 시인과 이상, 차츰 최근 등단한 시인까지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강 경우 선생님은 시마을에 교편을 잡으신 분이었다. 가끔 창작방에 여러 선생의 글을 보고 충고 어린 말씀을 자못 훔쳐 읽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가 십 년 전이었다. 그러다가 선생께 편지를 써, 필자의 글도 한 번 보아주실 수 있는지 여쭙기까지 했다. 대단한 용기였다. 그때부터 시마을은 고통 아닌 고통이었다. 선생은 무엇 하나도 과감한 채찍 같은 글로 네다섯 장은 여사로 보내주셨다. 정말 잠이 오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선생님의 방에 들어가 글을 배우겠다고 신청해놓고선 그 어떤 글도 제대로 올려본 적이 없었다. 거저 가끔 들러 다른 선생의 글과 평만 읽다가 나왔다. 그러다가 동인 형님의 노고로 선생의 시집을 편찬한 계기가 생겼고 시집 축하연을 했다. 제주도에서 자리를 마련하였다. 제주도는 난생처음 가보게 되었다. 공항에 내렸을 때 선생님께서 아주 작은 차 한 대 끌고 오셔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과 가벼운 데이터를 했다. 제주도 해안을 돌고 어느 주막 같은 초라한 집 앞에서 바다를 보며 잠시 앉아 선생님의 얘기를 들었다. 그때 무척 놀랐다. 선생님은 불과 짧은 시간 동안 그간 살아오셨던 인생을 얘기해주셨다. 반듯한 어떤 모범적인 삶은 결코 아니었지만, 선생님은 그 어떤 것도 숨김없이 얘기하셨을 때 나는 너무 놀라기만 했다. 그리고 여러 동인 선생께서 한 명씩 도착하고 선생님 시집 축하연을 했다. 가벼운 뒤풀이도 있었고 그 날 오후 늦게 다시 대구공항으로 올랐다.

    지금은 가끔 통화하거나 문자로 인사한다. 얼마 전에는 선생님께서 직접 꺾은 고사리를 받았다. 너무 감사하고 눈물이 났다. 선생님은 커피 애호가다. 가끔 볶은 커피를 내려드리기도 한다. 근래는 경기가 좋지 않아 자주 못 보내 드려 송구할 따름이다. ‘작소야 이제는 글 더는 못 봐! ㅎㅎㅎ 오래 살라고 안 볼 거야’ 선생님 말씀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선생님은 아버님과 겨우 한 해 차이라 어떨 때는 아버님 대할 때와 같아 조심스럽기만 하다. 혹여나 무엇 하나라도 예가 아닌 것 같아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을 늘 느끼며 살았다. 필자는 글을 제대로 배운 적 없어 더욱 더하다. 이 글도 꽤 잘못한 것 같은 생각뿐이다. 하지만, 나의 기억 한 자락을 남겨놓는다.

    위 시는 선생님께서 내신 시집 ‘잠시 앉았다 가는 길’ 이 중 한편을 필사했다. 선생님께서 내신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이다. 선생님께서 건강하시어 더 좋은 시를 생산하셨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요즘 기력이 많이 쇠한 것 같아 마음이 꽤 아프다.

    선생님께서 내내 건강하셨으면 하는 마음을 놓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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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경우 1946년 제주도 서귀포 출생
    시집 ‘잠시 앉았다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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