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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양화소록 / 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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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70회 작성일 17-05-26 15:34

본문

, 양화소록 / 조용미

 

 

 

 

     올 봄 하릴없어 옥매 두 그루 심었습니다

 

     꽃 필 때 보자는 헛된 약속 같은 것이 없는 봄도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군요

 

     내 사는 곳 근처 개울가의 복사꽃 활짝 피어 봄빛 어지러운데 당신은 잘 지내나요

 

     나를 내내 붙들고 있는 꽃 핀 복숭아나무는 흰 나비까지 불러들입니다

 

     당신은 잘 지냅니다

 

     복사꽃이 지는데 당신은 잘 지냅니다 봄날이 가는데 당신은 잘 지냅니다

 

     아슬아슬 잘 지냅니다

 

     가는 봄 휘영하여 홍매 두 그루 또 심어 봅니다 나의 뜰에 매화 가득하겠습니다

 

 

 

鵲巢感想文

     옥매(玉梅)는 장미과의 잎 지는 넓은 잎 떨기나무다. 백매라고도 부르며, 원산지는 중국이다. 여기서는 굳이 옥매를 위하거나 옥매에 얽힌 시를 쓴 것이 아니라 뒤에 홍매가 나오듯이 각운을 맞춘 시적 장치로 보면 좋겠다.

     올봄 하릴없어 옥매 두 그루 심었다는 얘기는 나와 또 다른 나를 위한 어떤 놀이로 봄에 시 공부하는 화자를 볼 수 있다. 어떤 특별한 일없이 방에 있음을 우리는 심었다고 표현한다.

     꽃 필 때 보자는 헛된 약속 같은 것도 없다. 세상은 봄이라 온통 꽃으로 뒤덮었는데 누구 하나 꽃구경 가자는 사람도 없는 셈이다. 마음은 싱숭생숭하고 시 사랑에 폭 빠져 있는 화자가 눈에 선하기만 하다.

     나를 내내 붙들고 있는 꽃 핀 복숭아나무는 시집이다. 물론 시집이 아니라 화자의 어떤 관심 분야로 돌려볼 수도 있겠으나 글의 문맥으로 보아 꽃 핀 복숭아나무는 시집을 치환한다. 흰 나비는 백지다. 시를 읽으며 시 쓰는 것은 우리 선조의 멋이듯 화자는 봄날 조용하게 마음 수양하며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당신은 잘 지낸다고 의문형이 아닌 서술형으로 끝마쳤다. 여기서 말한 당신은 옥매를 보러 온 독자다. 이 책을 펼쳐 읽고 있으니 독자인 나도 잘 지내고 있는 셈이다. 조금은 웃음이 일기도 하지만, 화답은 해야 할 것 같아, 네 잘 지냅니다.

     복사꽃이 지는데 당신은 잘 지내고 있고 봄날은 가는데 당신은 잘 지내고 있다. 세월은 가지만, 아슬아슬 시 읽기는 순탄하기만 하다. 올해 들어와 벌써 5월 다 갔으니 봄날은 이렇게 가고 말았다. 어쩌면 잘 지낸 셈이다. 특별히 세금 문제만 아니면 이보다 더 평화로운 날은 없을 것이다.

     가는 봄 휘영하여 홍매 두 그루 또 심어 봅니다. 나의 뜰에 매화 가득하겠습니다. 봄은 다 갔지만, 이번에는 옥매가 아니라 홍매다. 붉은 매화다. 굳이 붉은 매화를 의식하며 시어를 선택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붉은 마음을 한 층 더 높여 시 사랑에 매진하겠다는 말이다.

     시를 읽고 몇 자 감상문 쓰는 가운데 **에서 소식이 왔다. ***** 운영하는 ****군은 *** ****단에 아주 큰 식당을 인수한 일이 있다. 이 식당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는데 ‘*******’를 줄여 ‘*****’라 지었다.(이러다가 작명소 차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을 달았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 ****으로 ****에서 유명한 ****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언제 한 번 **** 먹으러 가야겠다.

     그러니까 **** 군은 옥매 두 그루에서 홍매 두 그루로 거듭난 셈이다. 정말 사업이 잘되어 많은 돈을 벌었으면 한다.

 

     자수간요字雖簡要라는 말이 있다. 간결함이 강하다는 말로 출처가 세종실록이다. 자수간요는 글자는 비록 간단하고 요약 가능하다는 말로 뒤의 전환무궁轉換無窮과 연결하면 이것을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는 범위는 무궁하다는 의미다. 한글의 장점을 얘기한다. 예를 들면 를 뒤집으면 가 되고, ‘를 돌리면 가 되는 현상과 같다.

     이러한 한글의 무궁한 전환 가운데 현시대를 사는 시인은 시를 쓴다. 문학의 발전과 깊이로 말하자면, 옛 시대에 살았던 사람에 비유할 수 없을 정도다. 예전은 이만큼 시에 맹신과 더불어 미치며 살지는 않았다. 풍류와 도량으로 삶을 성찰하며 즐겼다.

     아름다운 봄날, 옥매를 심고 더나가 홍매도 심듯 사업도 잘되고 그와 더불어 시학의 깊이도 더 나아지길 심히 고대한다. 그러려면 자수간요와 같은 일로 무엇이든 간결해야겠다. 복잡다단한 것은 명만 재촉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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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미 1990한길문학등단

     시집 나의 다른 이름들

     세종의 적솔력, 흐름출판, 박현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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