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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 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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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1회 작성일 17-05-2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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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 채상우




    줄딱정벌레 한 마리 눈잣나무 이파리 끝을 꼭 붙들고 말라 죽어 있다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중얼거리던 저녁들이 또 한차례 피어난다



鵲巢感想文
    詩가 아주 짧다. 단 두 행으로 시를 이룬다. 시제가 순례자다. 순례자는 종교적인 목적으로 성지를 순례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 시는 행 구분으로 보아야 할 것이 아니라 연 구분으로 보아야 한다. 1연은 불교의 윤회 사상으로 돌고 도는 우주의 생명력을 묘사한 것에 비하면 2연은 시인의 마음을 이에 비하여 표현했다. 어떤 희망을 암시한다.

    시 1연은 아주 자연적이다. 줄딱정벌레는 몸길이가 28~34mm이며, 몸 색깔은 거의 까맣다. 앞가슴 등판은 길이보다 폭이 더 넓다. 우리나라와 중국에 많이 서식한다. 눈잣나무는 상록침엽수로 소나무다. 주로 높은 산이며 고산지대에 많이 자란다.

    줄딱정벌레 한 마리는 어쩌면 시인 혹은 어떤 이상을 추구하는 개개인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떤 목적을 추구하는 우리를 치환한다. 줄딱정벌레가 생명의 유한성을 지녔다면 이에 비해 눈잣나무는 항시 푸름을 자랑한다. 물론 눈잣나무 또한 생명을 지녔다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줄딱정벌레보다는 오래 사는 것은 분명하다. 한 생명이 한 생명을 바라보며 끌어안고 붙들고 외경으로 비치는 것은 또 왜일까? 저렇게 말라 죽어 있다.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중얼거리던 저녁이다. 이 문장 전체가 시인을 제유한다. 주어부다. 서술부는 또 한 차례 피어난다 이다. 줄딱정벌레가 눈잣나무를 흠모하듯 생명의 이전을 꿈꾼 것이라면 시인은 영원한 생명력을 지향한 생산에 몰두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 짓는 행위는 모두 부질없는 일이라며 되뇌면서도 저녁이면 피어나는 사색,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예술 활동에 왜 목을 매며 매진하는 것인가? 예술 작품 그 자체로서는 생산 활동이 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도 않겠지만, 생산하는 사회의 자유로운 의식을 내심 강조하는 문장으로 보아야겠다.

    우리는 무엇이든 생산하지 않으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뇌의 분비와 활성, 그리고 생산에 임하는 자세야말로 가장 멋진 삶이라는 것을 필자 또한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줄딱정벌레다. 줄딱정벌레에서 비록 한시적이나 눈잣나무의 이행은 불가능한 일이나 몹시 붙들고 끌어안으며 죽어가는 한 생명력은 멋있는 자세다. 그것은 이 사회에 존속하며 매진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한 서민의 생명력과 마찬가지다.

    약비차인(若非此人)이라는 말이 있다. 약비차인이란 ‘만약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의 뜻이다. 출처가 세종실록이다. 1443년, 세종 재위 15년 9월에 ‘자격궁루’라 불린 물시계가 완성되었을 때 세종이 신하들에게 한 말이다. 세종은 자격루의 아이디어가 왕 자신의 것이긴 하지만, 그것을 만들어낸 장영실의 정교한 솜씨에 탄복했다. 이후 장영실의 승진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

    약비차인, 만약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우리는 사회에 어떤 존재인가? 비록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라며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어떤 목적성을 가지며 꾸준히 임하는 나 자신을 찾을 때 스스로 위안이 되듯 그 위안은 나와 가족을 넘어 사회에 안정을 찾지 않을까 말이다.

    모든 것이 부질없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부질없는 일이 아님을 내심 시인은 강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부질없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시인이 할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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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상우 2003년 계간 ‘시작’ 시 등단
    시집 ‘리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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