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卒 /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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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31회 작성일 17-05-2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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卒 / 김선태




    어머니 묘소에 큰절하고 비석 뒷면을 살펴보니 / 생몰년월일 앞에 한자로 生과 卒이 새겨져 있다 / 生은 그렇다 치고 왜 死가 아닌 卒일까 궁금해하다 / 인생이 배움의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이승이라는 학교에 입학하여 / 인생이라는 기나긴 배움의 길에 오른다 / 하지만 우여곡절과 신산고초의 과정 속에서 / 희, 로, 애, 락, 애, 오, 욕까지를 제대로 익히고 / 무사히 졸업을 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 어떤 이는 못 견디고 너무 일찍 자퇴하거나 / 어떤 이는 병이 들어 중도에 휴학을 하며 / 어떤 이는 불성실하여 퇴학당하기도 한다

    그러니 내 어머니는 그냥 사망하신 게 아니다 / 여든 해 동안 인생의 전 과목을 두루 이수하시고 / 이승이라는 파란만장한 학교를 졸업하신 것이다 / 저승이라는 또다른 배움의 과정에 드신 것이다 / 무덤 옆의 저 비석은 자랑스러운 졸업장이다



鵲巢感想文
    詩人은 비석을 보고 卒자에 대한 깨침을 받았지만, 필자는 책을 읽다가 생몰년에 卒에 왜 이 글자를 썼을까 하며 의문을 가진 적 있었다. 이것뿐만 아니라 제사 지낼 때 지방 쓰는 것도 그렇다. 유교 관습에 따라 신주를 모시게 되는데 이때 지방은 조상이 특별한 관직이 없으면 학생學生을 쓴다. 예를 들면 할아버지 제사면, 현고조고학생부군신위顯高祖考學生府君神位, 할머니는 현고조비유인김해김씨신위顯高祖妣孺人金海金氏神位라 쓴다. 학생이라는 말도 그러하듯이 옛 선조는 인생을 배움의 과정이라 여겼다.
    다산에 관해 언제 책을 읽었던 적 있다. 다산 정약용은 출중한 실력과 인격을 겸비하고 있었지만, 정치적으로는 매우 불우한 학자였다. 1762년 경기도 광주군에서 태어난 다산은 10세 때 자신이 쓴 한시를 모아 ‘삼미집(三眉集)’이라는 책을 냈을 정도로 천재적이었다.
    과거시험에 합격한 후 다산은 정조와 만남을 가지 게 된다. 정조는 성균관에 ‘중용강의 80조에 답하라’는 명을 내렸는데 정약용의 답변은 정조의 마음을 흡족히 했다. 정조는 이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중 서학에 관심을 갖게 된 정약용은 남인과 서인의 대립 속에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로써 다산은 인생의 황금기 대부분을 유배지에서 보내게 되었지만, 책을 놓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학자의 면모를 더 갖추게 되었으며 저서 500여 권 중 상당수를 이 시기에 썼다.
    다산 선생께서 아들에게 한 말이다.
    “폐족(廢族)이 글을 읽지 않고 몸을 바르게 행하지 않는다면 어찌 사람 구실을 하겠느냐 폐족이라 벼슬은 못하지만, 글을 읽는다면 성인이 되지 못하겠느냐, 문장가가 못 되겠느냐.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책을 읽어 이 아비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리지 말아다오.
    세상을 구했던 책들을 즐겨 읽어라, 만백성에게 혜택을 주어야겠다는 생각과 만물을 자라게 해야겠다는 뜻을 가져야 참다운 독서를 할 수 있다”고 다산은 다그쳤다.
    시인의 시에서도 인생은 기나긴 배움의 길에 오른 것임을 재확인한다. 우여곡절과 신산고초의 과정 속에서 희, 로, 애, 락, 애, 오, 욕까지를 제대로 익히고 무사히 졸업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얘기한다. 어떤 이는 못 견디고 너무 일찍 자퇴하거나 어떤 이는 병이 들어 중도에 휴학하며 어떤 이는 불성실하여 퇴학당하기도 하는 인생이다.
    그러므로 어머님은 사망하신 게 아니라 인생의 전 과목을 두루 이수하시고 이승이라는 파란만장한 학교를 졸업하신 것이다. 시인은 어머님의 비석을 자랑스러운 졸업장이라 얘기하며 시를 마친다.

    인생, 길면 길고 또 이리 짧은 것도 없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다. 즐거움보다는 여러 고난과 고통이 더 따르는 길이다. 손에 책이 있다는 것만큼 이 책을 읽을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것만큼 가장 현명한 길도 없을 것이다.
    아침이면 살아 있음이고 우리는 학생임을 깨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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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태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그늘의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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