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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의 고고학 /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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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36회 작성일 17-05-30 21:30

본문

빙하의 고고학 / 이재훈




    기괴한 음악이 흘렀다. / 한 발자국 디딜 때마다 발가락에 진물이 배었다. / 희망도 바람에 내맡긴다. /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들. / 밤마다 소리인가. /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인가. / 글자를 긁적이는 소리인가. / 머리칼로 눈을 가린 채 무릎을 꿇었다. / 노래를 불렀고, 이내 울음이 되었다. / 아니, 당신을 늘 바라보는 검은 하늘이 되었다. / 빙벽의 중간에 검은 동굴이 있었다. / 어둡고 눅눅한 그곳에 몸을 뉘였다. / 늘 예기치 않은 일로 진실을 마주할 때가 있다. / 공포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경외스러웠다. / 기원전 시는 영혼의 불멸이 화두였다. / 나는 늘 당신의 맞은편으로만 존재했다. / 내 얼굴에 성호를 그었다. / 악마가 오더라도 괜찮았다. / 소리는 계속 들렸다. / 거북의 숨소리인가. / 아득한 저 먼 곳의 소리. / 살가죽을 벗겨 내자 그 자리에서 풀이 솟아올랐다. / 풀은 바람에 맞서 / 저 북방으로 머리를 세우고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영혼이 되었다. / 풀은 음악이 되었고 / 이내 몇 만 년을 얼었다.
   


鵲巢感想文
    시제 빙하의 고고학은 시적 묘사로 이룬 시다. 빙하라 하면 얼어붙은 큰 강이거나 수천 년 동안 쌓인 눈이 얼음덩이로 변하여 그 자체로 떠다니는 빙산을 말한다. 고고학은 유적과 유물을 통하여 옛사람의 발자취를 밝혀 생활과 문화를 알아내는 학문이다. 여기서는 시의 고체화와 고고 씽 같은 것으로 읽힌다.
    이 시는 행 가름이 되어 있으며 연 가름은 없다. 행은 많은 것을 연상케 하는 데 이렇게 붙여 읽으니 그 맛은 좀 덜하다.
    기괴한 음악이 흘렀다는 것에서부터 노래를 불렀고, 이내 울음이 되었다 까지가 시 인식의 전 단계다. 시인의 상황을 읽을 수 있다. 아니, 당신을 늘 바라보는 검은 하늘이 되었다에서 악마가 오더라도 괜찮았다까지는 시 인식이며, 소리는 계속 들렸다에서 마지막 행인 이내 몇 만 년을 얼었다 까지가 시에 사랑을 표현했다. 검은 동굴과 풀은 대치를 이룬다. 풀은 검은 동굴의 영향을 받은 것이 된다.
    이 한 편의 시만 보더라도 시인은 얼마나 시에 맹신적이며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다. 예술은 교감이다. 내가 상대의 시를 읽거나 바라보며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써 예술은 제 모습을 드러낸다. 예술은 마음의 안정을 가져오며 창의적 사고와 창조적 희망을 싹틔우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예전 요동 땅에 정령위丁令威란 사람이 신선술을 익혀 신선이 되었다.* 그 뒤 800년 만에 학이 되어 돌아왔으나 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또 한나라 때 양웅揚雄이 “태현경太玄經”을 지을 적에 뒷날 자신의 저술을 아무도 알아주는 이가 없어 장독대의 덮개로나 쓰일 것을 생각하며 탄식하였다. 막상 그가 죽고 나자 “태현경太玄經”은 세상에서 귀히 여기는 저술이 되어 낙양의 종잇값을 올렸다. 그런데 당사자인 양웅은 이를 보지 못하고 불우하게 세상을 떴다.
    세상의 시인들이여! 그대들의 시는 정령위의 불로장생을 원하는가? 양웅의 기림을 받고 싶은가? 양웅의 성예聲譽를 정령위처럼 살아서 누리려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시는 하루 즐거움이며 평생 수양이다. 이로써 삶의 성찰과 좀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면 더 바랄 것은 없겠다. 굳이 시집을 생산하겠다는 것은 자기 위안이다. 더는 바랐어도 안 되며 더 바랄 것도 없다. 시는 마음 수양으로 만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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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1972년 강원 영월에서 태어났다. 1998년 ‘현대시’ 등단
    시집 ‘벌레 신화’
    한시 미학 산책, 정민 지음, 청아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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