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 신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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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24회 작성일 17-06-01 20:43본문
신문 / 신달자
이른 아침
딱 내 여고 교복 하얀 카라만 한 마당에서
가슴 떨리는 소식덩어리를 줍는다
따끈따끈하다
세계의 옷깃을 끌어당기며
탁! 하고 마당에 떨어지는 소리는 나를 깨우는 소리
한 면을 펴고 다시 한 면을 넘기며
나는 세상과 탁 터놓는 대화를 한다
너무 깊은 관계라 욕지거리도 하고
아아! 하며 감동도 하고 허리 한쪽이 시큰하기도 하고
한쪽 자리를 잡은 마음 울리는 시 한 편을 볼 때는
신문값을 빨리 주고 싶다
탁! 하고 마당에 신문 떨어지는 소리
세상이 나에게로 오는 소리
세상이 나에게 질문하는 소리 .......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鵲巢感想文
100년 전과 지금, 아니 몇십 년도 되지 않았다. 차이를 얘기하자면 휴대전화기와 신문을 들 수 있겠다. 옛사람은 신문을 펼쳐 읽었다면 요즘은 휴대전화기 보며 세상을 읽는다. 옛사람은 이 신문에 가슴 설레는 마음이 있었다면 요즘은 흔하게 들여다보고 눈요기와 같은 세상맛일 게다.
기업이나 은행의 대기실에는 신문은 늘 있었다. 요즘은 어디를 보아도 신문보기가 힘들다. 자영업 하시는 사장도 일이 바쁘지 않으면 신문 펼쳐 보는 것이 일상사며 흔히 보는 풍경이었지만, 가게 조용히 앉아 휴대전화기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검색하는 일로 보낸다.
휴대전화기로 세상은 좁아졌지만, 오히려 세상은 더 어둡기만 하다. 하루에 별일은 없어도 세상은 뭔가 모르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 같다. 작고 좁은 기계가 클릭하는 것만큼 정보의 물결은 넘쳐난다. 그러므로 사람은 한 치 여유가 없고 조급한 마음마저 갖게 되었다.
휴대전화기 검색하며 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활자의 바람과 냄새를 맡으며 그 느낌을 속속 새기듯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시인 신달자 선생은 신문을 가슴 떨리는 소식 덩어리로 따끈따끈하다고 했다. 거기다가 딱 내 여고 교복 하얀 카라만 한 마당에서 줍는 신문이다. 내 사는 마당은 좁지만 풋풋한 여고생처럼 감성이 풍부한 사춘기처럼 신문은 세상과 열어놓는 대화창이다.
신문은 세상과 소통하는 아주 큰 창이다.
필자는 신문을 볼 때 앞의 정치보다는 맨 뒤쪽 시나 사설에 더 무게를 갖고 읽는다. 아래는 필자의 詩다.
커피 11잔
아침이면 兩門을 연다. 六과 九는 한집이다. 六의 門 먼저 연다. 잠시 스친다. 九의 門 연다. 門 앞에 新聞 집는다. 詩 있는 면 펼친다. 가볍게 읽히는 詩가 되고 싶다. 어떤 때는 그 속에 한 마리 새가 둥지 틀 때도 있지만, 그 새가 그렇게 미워 보이지 않는다. 마음 가득 담는다. 六에는 몇 명이 오가는 이 있고 마시는 커피 한잔 있다. 六에서 九로 가는 科程이 三 週다. 九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른다. 새처럼 날고 싶은 慾望을 박하 향같이 느끼고 유탄榴彈처럼 빠지게 하는 곳이라는 것만 안다. 구갑龜甲이라고 하면 우스울까. 딱딱한四角 등딱지만 두드리는 것도 六에서 하며 一의 習慣이다. 一은 不足하다. 不足한 것 알기 때문에 三을 향한 그리움만 담는다. 三은 時針이 돌지 않는 分針이다. 하지만, 채울 수 없는 그리움은 三次元에 닿는 音樂을 찾고 飛行船을 잡는다. 어둠이 門가에 내리면 三을 더그리워하지만, 三을 위한 날개는 없다.
가게 몇 개를 운영하다 보니 저런 숫자가 나오는 법이다. 필자는 가맹사업을 예전엔 했었다. 25개 점포까지 낸 적 있다. 지금은 가맹 사업은 손 놓은 지 오래되었지만, 직영점 몇 개로 근근이 먹고산다. 실은 먹고 사는 것이라 얘기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수입은 약하다. 여기서 뭐 이런 구차한 얘기하고 싶어 쓰는 것은 아니다. 詩文에 또 詩 감상에 신문이 나오니 반갑고 공감이 가, 한 줄 쓴 것뿐이다.
후일지효(後日之效)란 말이 있다. 훗날에 효과라는 뜻이다. 출처가 세종실록이다. 성대사자成大事者 기초필유불해지사其初必有不諧之事 후일지효後日之效 필가망야必可望也라 했다. 의역하자면, 큰일을 이루려 할 때 처음에는 비록 순조롭지 못하더라도, 후일 그 효력은 틀림없이 바라는 바 될 거라는 얘기다.
경기가 좋지는 않지만, 세상과 터놓으며 때를 기다리는 것도 어쩌면 아주 작은 일이나 매일 아침 변화의 장을 보는 것은 세상을 바르게 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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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시집 ‘열애’, ‘종이’ 등 있다. 공초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대산 문학상 등 수상
시집 ‘북촌’
이른 아침
딱 내 여고 교복 하얀 카라만 한 마당에서
가슴 떨리는 소식덩어리를 줍는다
따끈따끈하다
세계의 옷깃을 끌어당기며
탁! 하고 마당에 떨어지는 소리는 나를 깨우는 소리
한 면을 펴고 다시 한 면을 넘기며
나는 세상과 탁 터놓는 대화를 한다
너무 깊은 관계라 욕지거리도 하고
아아! 하며 감동도 하고 허리 한쪽이 시큰하기도 하고
한쪽 자리를 잡은 마음 울리는 시 한 편을 볼 때는
신문값을 빨리 주고 싶다
탁! 하고 마당에 신문 떨어지는 소리
세상이 나에게로 오는 소리
세상이 나에게 질문하는 소리 .......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鵲巢感想文
100년 전과 지금, 아니 몇십 년도 되지 않았다. 차이를 얘기하자면 휴대전화기와 신문을 들 수 있겠다. 옛사람은 신문을 펼쳐 읽었다면 요즘은 휴대전화기 보며 세상을 읽는다. 옛사람은 이 신문에 가슴 설레는 마음이 있었다면 요즘은 흔하게 들여다보고 눈요기와 같은 세상맛일 게다.
기업이나 은행의 대기실에는 신문은 늘 있었다. 요즘은 어디를 보아도 신문보기가 힘들다. 자영업 하시는 사장도 일이 바쁘지 않으면 신문 펼쳐 보는 것이 일상사며 흔히 보는 풍경이었지만, 가게 조용히 앉아 휴대전화기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검색하는 일로 보낸다.
휴대전화기로 세상은 좁아졌지만, 오히려 세상은 더 어둡기만 하다. 하루에 별일은 없어도 세상은 뭔가 모르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 같다. 작고 좁은 기계가 클릭하는 것만큼 정보의 물결은 넘쳐난다. 그러므로 사람은 한 치 여유가 없고 조급한 마음마저 갖게 되었다.
휴대전화기 검색하며 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활자의 바람과 냄새를 맡으며 그 느낌을 속속 새기듯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시인 신달자 선생은 신문을 가슴 떨리는 소식 덩어리로 따끈따끈하다고 했다. 거기다가 딱 내 여고 교복 하얀 카라만 한 마당에서 줍는 신문이다. 내 사는 마당은 좁지만 풋풋한 여고생처럼 감성이 풍부한 사춘기처럼 신문은 세상과 열어놓는 대화창이다.
신문은 세상과 소통하는 아주 큰 창이다.
필자는 신문을 볼 때 앞의 정치보다는 맨 뒤쪽 시나 사설에 더 무게를 갖고 읽는다. 아래는 필자의 詩다.
커피 11잔
아침이면 兩門을 연다. 六과 九는 한집이다. 六의 門 먼저 연다. 잠시 스친다. 九의 門 연다. 門 앞에 新聞 집는다. 詩 있는 면 펼친다. 가볍게 읽히는 詩가 되고 싶다. 어떤 때는 그 속에 한 마리 새가 둥지 틀 때도 있지만, 그 새가 그렇게 미워 보이지 않는다. 마음 가득 담는다. 六에는 몇 명이 오가는 이 있고 마시는 커피 한잔 있다. 六에서 九로 가는 科程이 三 週다. 九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른다. 새처럼 날고 싶은 慾望을 박하 향같이 느끼고 유탄榴彈처럼 빠지게 하는 곳이라는 것만 안다. 구갑龜甲이라고 하면 우스울까. 딱딱한四角 등딱지만 두드리는 것도 六에서 하며 一의 習慣이다. 一은 不足하다. 不足한 것 알기 때문에 三을 향한 그리움만 담는다. 三은 時針이 돌지 않는 分針이다. 하지만, 채울 수 없는 그리움은 三次元에 닿는 音樂을 찾고 飛行船을 잡는다. 어둠이 門가에 내리면 三을 더그리워하지만, 三을 위한 날개는 없다.
가게 몇 개를 운영하다 보니 저런 숫자가 나오는 법이다. 필자는 가맹사업을 예전엔 했었다. 25개 점포까지 낸 적 있다. 지금은 가맹 사업은 손 놓은 지 오래되었지만, 직영점 몇 개로 근근이 먹고산다. 실은 먹고 사는 것이라 얘기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수입은 약하다. 여기서 뭐 이런 구차한 얘기하고 싶어 쓰는 것은 아니다. 詩文에 또 詩 감상에 신문이 나오니 반갑고 공감이 가, 한 줄 쓴 것뿐이다.
후일지효(後日之效)란 말이 있다. 훗날에 효과라는 뜻이다. 출처가 세종실록이다. 성대사자成大事者 기초필유불해지사其初必有不諧之事 후일지효後日之效 필가망야必可望也라 했다. 의역하자면, 큰일을 이루려 할 때 처음에는 비록 순조롭지 못하더라도, 후일 그 효력은 틀림없이 바라는 바 될 거라는 얘기다.
경기가 좋지는 않지만, 세상과 터놓으며 때를 기다리는 것도 어쩌면 아주 작은 일이나 매일 아침 변화의 장을 보는 것은 세상을 바르게 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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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시집 ‘열애’, ‘종이’ 등 있다. 공초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대산 문학상 등 수상
시집 ‘북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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