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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연주법 / 김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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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77회 작성일 17-06-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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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연주법 / 김지녀




    먹은 것을 다 게워 내고
    비로소 내가 쓸쓸한 가죽으로 누워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릇처럼 흰 속살을 드러내지 않아도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떨림의 속도와 강도를
    나의 가죽으로부터 느낄 수 있다
    팽팽하게 잡아당겨진 가죽으로부터
    나는 속이 텅 빈 종이에 가깝다
    그때 내 성대는 나로부터 가장 멀리에서 멈춰 있다
    밤새도록 비가 내려
    두드려도, 희망은 열리지 않는 철문
    철문을 뚫고 유령처럼 나를 빠져나가는 소리를 들을 때
    다만 배가 고프다는 것
    비어 있다는 사실로부터
    나는 거의 동물에 가깝다는 것
    그러므로 나의 소리는 얼룩져 있다
    기린 표범 물개의 무늬처럼 어떤 패턴처럼
    공백(空白)의 공포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아름다운 가죽이 되기 위해
    나는 꼭 다문 입술로
    언제라도 비를 맞으면서 걸어 다닐 수 있다
    어떤 무늬로든 소리 낼 수 있다



鵲巢感想文
    시제 ‘드럼 연주법’은 시의 묘사로 이룬 시다. 성장은 원활한 신진대사에 있다. 일단 잘 먹어야 한다. 다음은 적당한 활동과 충분한 수면 그리고 노폐물 배출에 이르기까지 아무 탈 없이 잘 이룬다면 성장한다. 생체는 성장과 더불어 노화에 이르는데 노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체구조와 기능이 쇠퇴하는 증상이다. 그러니 젊음은 멋있고 탄력적이며 꿈과 의욕이 넘치는 법이다.
    시도 생체처럼 생명이 있다면 그 젊음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일단은 먹어야 할 것이다. 까만 무리는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 먹은 것을 뱉는 것은 글쓰기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관심 분야에 필사는 반드시 있어야겠다. 그러므로 시인은 먹은 것을 다 게워 내고 비로소 내가 쓸쓸한 가죽으로 누워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쓸쓸한 가죽으로 누워 있다는 것은 아직은 남들에게 보일만 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떨림의 속도와 강도를 나의 가죽으로부터 느끼는 것은 시 쓰는 행위를 묘사한다. 더 나가, 시와 만나는 교감이다. 한 편의 시는 떨림의 미학이다. 이 떨림은 수전증과는 다르다. 감동에 북받쳐 오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다. 이때 나의 가죽은 백지(白紙)를 제유한다.
    팽팽하게 잡아당긴 가죽으로부터 나는 속이 텅 빈 종이에 가깝다. 시는 거울과 같다. 마치 나를 보는 듯 비운 마음은 가죽 같은 종이에 있음이고 마음을 비운 몸뚱어리는 빈 종이처럼 공허함을 느낀다.
    결국, 내 성대는 나로부터 가장 멀리에서 멈춰 있는 것과 같다. 밤새도록 비가 내려 두드려도, 희망은 열리지 않는 철문이다. 시는 곧 이루어도 어떤 교감의 장을 마련하지는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철문처럼 굳건히 닫힌 두꺼운 표피(가죽)만 보고 있는 셈이다.
    혹여나 누가 이 시를 읽는다면 그것은 철문을 뚫고 유령처럼 나를 빠져나가는 소리와 같다. 이럴 땐 오히려 영혼의 부재로 시로서는 생명을 다한 것이나 다름없다. 가죽은 역시 배가 고프다는 것, 이것은 비어 있다는 사실로부터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 생산의 실체는 거의 동물에 가깝다고 했지만, 실은 동물이나 다름없는 것이며 뱉는 소리는 얼룩이나 마찬가지다.
    기린, 표범, 물개의 무늬처럼 어떤 패턴이라 했다. 길인吉人의 소리 은유 같은 기린과 열녀전에 나오는 말로 남산현표(南山霧豹)라는 말처럼 자신의 털을 기름지게 하여 무늬를 이루는 표범과 물개처럼 고독한 숨소리는 시인의 표상이자 패턴이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는 것(空白)은 시인에게는 죽음이다. 공백의 탈피는 삶을 희구希求하는 일이며 희구喜懼의 장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시인은 아름다운 가죽이 되기 위해 꼭 다문 입술로 언제라도 비를 맞으면서 걸어 다닐 수 있다. 어떤 무늬로든 소리 낼 수 있어야 진정 詩人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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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녀 1978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났다. 2007년 ‘오르골 여인’외 5편으로 “세계의 문학” 신인상 등단
    시집 ‘시소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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