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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일 / 최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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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75회 작성일 17-06-14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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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일 / 최호일




    콜라를 사러 간다 / 콜라를 사기 위해 먼 아프리카로 간다 / 당신과 이 거리와 잠시 헤어지기 위해 그곳에 간다 / 손잡이가 없는 컵에 콜라 한 잔을 따라 마시고 / 컵이 없으면 그냥 / 다시 돌아오기 위해 / 시간이 잠시 남아 있으면 남아 있던 콜라를 다 마시고 / 비행기를 타고 안전벨트를 매고 / 구름 속에 묻힌 채 잠을 자자

    여기가 어디지 / 밤에는 왼손을 벌레에 물려 말라리아에 걸리고 / 간판이 떨어진 병원에 들러 / 앓다가 돌아오자 / 병원 벽에는 알 수 없는 아이들의 낙서 / 내리는 빗방울

    친구들은 웃고 또 웃겠지 / 콜라를 사기 위해 아프리카에 가다니 / 비행기를 타고 가다 졸다니 / 나는 조금 웃는다 / 그곳에서 콜라를 마시고 다시 돌아오기 위해 산다고 / 아프리카는 그러기 위한 장소

    콜라를 그리워하며 / 콜라를 사러 아프리카로 가자



鵲巢感想文
    어쩌면 콜라를 사러 가거나 마시는 일은 경제적인 일일 수 있다. 콜라에 몰입한 시간만큼 사색을 즐기는 것도 없을 것이며 개인의 지적향상도 더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콜라와 아프리카는 그 성질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시인이 직접 아프리카까지 콜라를 사가져 와야 할 일은 실은 없다. 그만큼 우리의 경제가 낙후되었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콜라보다는 월등히 크며 굳은 대륙이다. 이 굳은 대륙에 콜라를 비유한다는 건 어쩌면 도전에 불가능과 무모한 행동일 수 있겠으나 전혀 그렇지만도 않은 일이다. 다른 어떤 일을 하는 것보다는 경제적이므로 대륙의 이행은 그 어떤 꿈보다도 시인에게는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비행기 타는 것처럼 시원한 콜라 한잔 마시는 것은 머리 확 깨뜨리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콜라 마시는 행위는 벌레에 물려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처럼 병적일 수도 있다. 즉 헤어나지 못한 건 둘째 치더라도 죽음까지도 불사한 행동이다. 이것을 치유하는 일도 아프리카라는 이미 고체화한 대륙을 잡고 비행기 타듯 몰입하는 일밖에는 없다.

    간판이 떨어진 병원은 일종의 일기장이다. 잠시 소일 삼아 적어 둔 것, 또 잠시 마음을 위안하며 위리안치한 한 때 아이들 낙서 같은 것, 이러한 것은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일이지만, 콜라를 그리워하기 때문에 행한 아프리카행 비행기 표나 다름없다.

    장차 다가올 일들을 알지 못하겠거든 지나간 일들을 잘 살펴(不知來 視諸往)보라고 했다. 메모 습관에 더 나가 하루 있었던 일을 되새김하는 것은 반추동물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동중서는 저서 ‘춘추번로(春秋繁露)’에서 왕조 곧 정권의 성패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했다. “성공이나 실패의 정황들을 이해하려면 곧 전 시대의 흥망을 깊이 탐구해야 한다(觀成敗 乃切悁悁於前世之興亡也)”고 했다. 이는 국가만의 일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나의 역사라면 거창한가! 생애의 가치는 이미 남은 생보다 지나간 것이 더 높다. 이미 써버린 시간을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전한(前漢) 초기 명의 가의(賈誼)는 ‘앞 수레가 뒤집어진 것을 뒤 수레는 경계 삼아야 한다(前車覆後車戒)’고 역설했다. 지난 일의 잘잘못은 거울삼아 앞을 현명하게 볼 수 있도록 그 잣대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콜라를 그리워하는 것은 그나마 경제적인 일이다. 나의 아프리카를 다지기 위한 에너지며 윤활유며 생활의 활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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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호일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2009년 ‘현대시학’에 시 4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바나나의 웃음’
    황종택의 신온고지신 ‘부지래 시저왕(不知來 視諸往)’ 참조, 다가올 일들을 알지 못하겠거든 지나간 일들을 살펴보라는 뜻, 往: 갈 왕, 諸 어조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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