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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 이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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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98회 작성일 17-06-1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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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 이수명




    운동장에 서 있었지. 너는 운동을 권유하는구나. 운동이 퍼져가는 운동장을 본다. 준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팔을 돌리고 목을 돌린다. 공기를 삼키는 순서가 있어서 운동들이 참 많이 줄지어 있다. 동그란 기구를 돌리고 싶어 기구가 생겨나고 기구를 따라 나의 뼈가 텅 비어 있다. 얼굴을 들 수가 없구나. 운동을 쫓아갈 수 없는 운동장에서는 나는 계속 같은 발걸음을 떼어도 좋다. 걸음에 부딪혀 넘어지면 운동이 또다시 찾아온다. 나는 드디어 운동에 일치하고 있구나. 하나의 운동을 가지면 침수된 자는 떠오를 것인가. 어떤 자는 침수된 채 떠오를 것인가. 운동장에 서 있었지. 나는 지금 내가 알지 못하는 운동이 되어 지나가나 보다.



鵲巢感想文
    詩人은 백지라는 운동장에 늘 서 있다. 詩는 끊임없이 생산해도 부족한 것이 詩다. 무엇을 쓰든 허기는 백지처럼 표정이 없다. 그러므로 운동장은 늘 심각한 상황으로 마주하며 가까운 계절이나 가까운 눈과 가까운 입술은 마치 몽타주처럼 다가온다. 이를 시인은 운동이 퍼져가는 운동장으로 본다. 호수를 비유하자면 일종의 파문이다.
    그러니까 詩를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준비운동은 필수적이다. 검은 구두를 신은 포르노 배우의 이름처럼 팔을 돌리고 목을 돌리며 허공에다가 공기를 삼키는 것은 일정한 순서가 있다. 운동들은 꽤 묶어져 있다. 기, 승, 전, 결이 있는가 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착상이 있는가 하면 실행이 있고 설계가 있는가 하면 건축이 있다.
    동그란 기구를 돌리듯 책을 읽고 기구가 생겨나듯 착상이 떠오르기라도 하면 그 생각에 온통 나의 뼈만 텅 비어가는 듯 氣만 소실한다. 공부는 끝없이 해야 하고 삶의 근본이지만, 삶을 지탱하는 중추골반을 비워야 하는 이 아이러니는 운동장을 묘사한다. 어쩌면 이것은 신이 만든 그릇을 스스로 깨야 피어나는 희망이다. 하루를 운동장처럼 보내다가 저녁엔 조개구이를 먹으러 우 몰려가는 사람을 보면서 말이다.
    뛰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뛰어야 하는 이 운동장, 걸음에 부딪혀 넘어지기라도 하면 운동은 또다시 찾아야 하는 이 경전 같은 말씀, 마치 김치찌개를 놓고 국물만 먹었거나 건더기만 건져내다가 진정 냄비의 참맛을 모르고 가는 현실을 묘사한다. 한 냄비 온전한 맛은 젓가락이 아니라 숟가락의 처세에 있다.
    아래는 필자의 시를 참고로 붙여본다.


    젓가락으로 찌개를 먹는 사람은 싫다 / 鵲巢

    밥에 곁들여 먹는 반찬 중에 그래도 찌개만한 것은 없다 갖가지 재료가 들어간 한국형 식단, 중에서도 찌개는 얼큰하고 때로는 바특하고 때로는 삼삼해서 숟가락으로 호호 불어가며 떠먹는 것은 정이다 젓가락은 너무 이기적이다 젓가락처럼 무미건조해서 젓가락은 왠지 계산적이다 때로는 국물도 흐르고 때로는 바지에 묻어서 냄새처럼 사는 모습이 나도 모르게 흐르는 찌개, 가끔은 얼룩처럼 완벽하지 않아서 주위 웃음을 자아내는 찌개, 정신없이 숟가락으로 퍼먹다가 아줌마 여기 밥 한 공기 더 주세요 정말 밥 한 공기 생각나는 찌개, 냄비 뚜껑 여는 냄비 받침대처럼 눈알 쏙 빠지게 하는 찌개, 그런 따뜻한 찌개를 젓가락으로 쏙 빼먹고 가는 사람은 싫다 나는 오늘도 숟가락으로 정신없이 남은 국물까지 밥 넣고 석석 비벼 먹고 나왔다 인주처럼 언저리에 묻은 얼룩은 정말 나의 참된 모습이다


    별빛이 희미한 것은 아직 외롭지 않거나 운동을 하지 않은 이유다. 운동과 일치하는 것은 모자를 벗는 것과 같고 이는 죽음에 이르는 것과 같다. 창을 열고 별빛 같은 문을 보면서 시인은 운동한다. 운동장은 늘 고요하기만 하다. 문을 열고 창을 바라보는 우리는 아직 미개한 부족의 언어다. 압독국 족장 투치는 다문세문경을 들고 청동방울로 신을 부른다. 어둠이 내려앉은 이 운동장에서 문이 살 밖으로 빠져나온다.
    허으허이야~ 허야, 허으허이야~ 허야, 닐리리 맘보, 맘보야~ 허으허이야~ 허야, 허으허이야~허야, 둥실 둥실 두리둥실..........

    詩다.
    詩를 부른다.
===================================
    이수명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4년 ‘작가세계’로 등단했다.
    시집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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