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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무명자루 / 조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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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33회 작성일 17-06-2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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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무명자루 / 조숙향




    세탁기의 소용돌이를 여러 굽 돌 때까지
    마음의 눈으로 나를 보지 못했다
    덕지덕지 진흙 묻은 감자나 고구마를 담기보다
    고운 쌀겨가루 날리는 햅쌀만 담고 싶었다
    그것이 세상에서 인정받고 빛을 내는
    유일한 내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멀미나는 거센 물살을 빙글빙글 돌면서
    마디마다 이음새의 실밥이 터지고
    온몸이 너덜너덜해질 때가 되어서야
    보았다 세상에서 그 무엇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는 낡은 내 속내를



鵲巢感想文
    얼마 만에 비가 오는 것이냐! 전국적으로 가뭄에 시달리다가 비가 내린다. 오래간만에 비 내림도 거저 오는 것은 아니었다. 천둥은 온몸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 다 흔들릴 정도로 요란했다. 비는 억수로 퍼부을 거라 생각도 들지만, 천둥에 비하면 양반이다. 모처럼 길거리에 우산 쓰고 지나는 사람도 볼 수 있으며 도로 위 철철 흐르는 물도 본다. 참 오래간만에 보는 빗물이었다.
 
    저녁, 이 빗소리 들으며 조용한 시간을 보낸다. 시집 한 권 펼쳤다가 한 편의 시가 눈에 들어온다. 시인 조숙향 선생의 ‘낡은 무명자루’다. 낡은 무명자루는 시인의 마음을 제유한다. 시가 그리 어렵게 읽히지 않으면서도 시인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세탁기 소용돌이 같은 세상사다. 이러한 세상을 시인은 마음으로 담으려고 노력해보지만, 또 이러한 노력은 투박한 어떤 글쓰기보다 때깔 좋은 작품으로 빛나 보이려 하는 시인의 마음을 볼 수 있다. 덕지덕지 진흙 묻은 감자나 고구마 같은 어떤 찬거리가 아니라 고운 쌀겨 가루 날리는 햅쌀 같은 제대로 된 작가의 마음으로 세상에 인정받고 싶은 건 글쓴이의 마음이다. 하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다. 멀미나는 거센 물살 같은 문학의 흐름은 따라잡기도 버겁고 오히려 내 몸만 축난다. 마치 마디마다 이음새의 실밥이 터지듯 내 온전한 삶에 어떤 희생만 따른다.

    보아라! 세상에서 그 무엇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는 낡은 내 속내지만, 이건 필봉을 잡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겠다. 여기서 속내는 사람의 마음이므로 ‘늙음’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겠지만, 시인의 마음을 옮겨놓은 무명자루를 보면 낡은 것이 맞는 표현이다.

    거저 편안한 글쓰기와 내 역사만이라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글이면 나는 족하다 생각한다.

    그나저나, 오늘은 비가 내리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고맙다는 말이 나와서 말이지, 여기 대치되는 말로 감사하다는 말이 있다. 감사라는 말은 일본을 거쳐 우리에게 들어온 한자가 아닌가 싶다. 이에 비하면 고맙다는 말은 순우리말이다. ‘고맙다’는 말은 ‘고마+ㅂ다’가 한데 묶인 말이다. ‘ㅂ다’는 ‘같다’, ‘닮았다’, ‘비슷하다’는 뜻을 지닌 ‘말끝’이다. 그리고 ‘고마’는 ‘곰’, ‘검’, ‘김’, ‘가마’, ‘개마’, ‘금와’, ‘거미’, ‘구미’,와 말 뿌리가 같다. 모두 하늘을 가리키는 우리 옛말이다. 그러니까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하늘과 같습니다.’라는 말이다.

    하늘은 우리 인간이 출현한 이래로 숭배의 대상이었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기도 하고 해 뜨는 마당이며 달의 보금자리와도 같다. 좀 더 넓게 보자면 우주다. 이는 인간이 넘나들 수 없는 자연의 영역이다. 이렇게 비를 학수고대하며 바라본 하늘과 먹구름이 오후 내내 몰려와 있더니만, 요란한 천둥으로 한줄기 비 내림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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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숙향 강원도 강릉 출생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단
    시집 ‘도둑고양이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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