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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의 질문 / 김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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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835회 작성일 15-07-25 15:41

본문

태양마저 외면해버린 지금에 와서
이 세계를 초록으로 물들여야 할 명분이 아직 남아 있는지요

그늘을 따라 피가 빠져나가는
병은 활기차
이대로 가면 피는 소진될 게 뻔하다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는 유랑의 불길
이 끼를 멈춰야만 할는지요
간혹 손을 뻗어 질문하면
기생이라는 험한 말을 쏟아 붓거나
공생이라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며 조롱하네
그 어디쯤 진정한 초록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요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늘은 벗어나야 한다

언제까지 그늘은 놓아주지 않을 셈인지
그늘을 놓아주지 않을 셈인지
이러다 지구 끝까지 가겠다
덜컥, 겁도 없이 지구를 점령하겠다

그늘의 힘으로
그늘을 벗어나려 해보지만
번번이 태양에게 질 것이다
마침내
불길이 잡히고
병이 다 나을 것이다

이 세계를 초록으로 물들이겠다는,
이것은 선언에 불과하다


* 생 각

기어오르자 기어오르자
이 그늘을, 미끄러운 이 그늘을 허리가
할망구처럼 고부라 질 때까지
음지에서 음지로 천하통일을 지향 하지만
덜컥, 겁도 없이 지구를 점령하겠다고 다짐 하지만
번번이 태양에게 밀리고 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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