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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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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리안 셔터/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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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인과하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80회 작성일 17-07-17 17:16

본문

몽골리안 셔터 




                                          김지훈

 

 

#1.

시리도록 푸른,

땅!

야크들은 풀이 돋아나기 무섭게 삼킨다

진초록 울음을 되새김질하는 입술선

나는 돛단의 편지를 띄운다

 

#2.

흡스골*에 바람이 분다

별이 번진다

몽골은 꿈의 뼈를 다듬는 나라

열 두 자루의 촛불과 스무 마리 담배로

별들을 유목하는 밤은 어둠이 아니다

등을 떠미는 바람,

허공의 척추를 세운다

 

#3.

나는 밤새 야크들의 울음소릴 덮고

잠을 뒤척인다

 

#4.

이를테면,

과녁의 중심이 허공이라면

희망은 늘 백발백중!

 

거기, 영점조절나사 풀린 내 동공

허공에 불꽃이 핀다

한 마리 야크의 뿔이 사라지고

뿔이 성한 한 마리, 허공을 향해 뿔질 한다

시퍼렇게 멍든 하늘, 동공이 열린다

사람들은 게 중 쓸 만한 구름을 집어 먹었고

젖을 짜듯 구름을 비틀어 마셨다

나는 몽골리안의 언어보다 더 막막한

모국어와 대치상태였다

단 한 번도 돌보지 못한

내 영혼의 후줄근한 청바지

바람이 불 때마다

나는 종착역에 내리는 눈발처럼 녹았다

 

#5.

나는 자주 셔터를 눌렀다

셔터마다 고독의 화약내가

가루약 봉지처럼 터져 코를 찔렀다

민들레 보다 진한 홀로, 홀로였다

 

 

#6.

열두 현의 마두금을 켠다

찰칵, 계절의 소리를 담을 수 없는 렌즈

셔터음을 비켜간 피사체들이여, 안녕

낙타 속눈썹이 떠받치고 있는 한 알, 아스피린 같은





지금, 사막의 혓바닥은 청양고추를 씹은 듯

게르를 뱉어내고 있다 게르가 이동한다

바람이 분다 언제 어디에서

고독의 껍질을 벗어본 적이 있었던가

 

 

#7.

나는 혓바늘을 뽑는다

잠깐, 연체의 꿈을 꾼다

보르퇴! 보르퇴!

여기 말로 비가 내린다

비가 많이 내린다, 그래 건초에서

미역냄새 물큰 올라온다

 

 

#8.

나는 문을 열어 놓고 잠이 든다

바람이 문을 닫을 때까지

연두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잉크빛 하늘에 발을 담근다

가만히 발을 만지면

눈썹이 젖는다

*흡스골: 몽골의 큰 호수, 마치 몽고반점처럼 푸르다.

이곳에는 한글을 배우는 몽골 어린이들이 있다. 

  

  

  



*출처: 애지 2017. 봄호

김지훈 시인 : 2016년 <시인시대> 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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