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 오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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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46회 작성일 17-08-09 03:24본문
보헤미안 랩소디 / 오민석
비 온다
비는 화살표처럼 떨어져
내 영혼의 청동지붕을 두드리고
나는 올챙이처럼 꼬무락거리며
부엉이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본다
이파리를 다 떨군 나무들
상처를 고스란히 내놓은 채
비 맞고 있는데
너는 어느 길가에 서서
누추한 저녁을 기다리느냐
오늘밤엔 오색 단풍이불을 덮고
흐린 등불이라도 켤 일이다
주막엔 이른 손님들
젖은 술잔을 돌리고
누군들 한번쯤 길 잃지 않았으리
따순 국밥이라도 나누면
세상이 장엄해질까
청동지붕 아래 하늘이 무겁다
* 오민석 : 1958년 충남 공주 출생, 1990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시 당선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 평론 당선
# 감상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따위는 저리가라 나는 보헤미안 자연인이다
생각은 자유, 행동은 마음대로 랩소디 음악에 맞춰 세상의 모든 괴로움
떨쳐버리고 신나게 산다
그 것이 착각이라도 좋다 차라리 그 속이 좋다
그런데, 화자는 독자의 심통을 자꾸 건드리고 있다. 그 것이 무엇일까?
이슬 담아 목욕하고 별빛 받아
빚은 빛깔
새색시 가슴 속 빛깔
그 가슴 활짝 열고 빨갛게 웃고 있어
산 모퉁이 돌아가는 기적 따라
하늘 높이 날고 싶어
온통 모두 나를 좋아하니까
그러나 좌절이다 착각이다
갈기 갈기 찢겨져서
사각 사각 바서져서
인간들 아가리 속으로 사정없이 들어간다
사과는 제풀에 주져앉는다
- 졸작 <즐거운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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