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석 /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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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3회 작성일 17-08-17 04:47본문
담석 / 최금진
내 어두운 쓸개에 어느 운석 하나가 날아와 박힌 것인가
엑스레이 필름 안에 얌전히 누워있는 7센티미터의 돌
쓸개의 쓰디쓴 즙을 흘리며 패배를 견디는 동안
백만 년이나 떠돌다 제풀에 지쳐 내 몸으로 떨어진 별 하나
내 몸이 저 돌맹이 하나를 제대로 받아냈구나
눈 오는 새벽, 비 오는 밤, 내가 보았던 그 많은 어둠이
수천만 광년을 달려와 지금 내 속에 와서 박힌 거구나
달려갈 곳을 놓친 별 하나가 내 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
덜덜 떨며 봄을 기다린다, 방치해 둔
깨진 창문들이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눈을 감는다
부처에는 이르지 못하고, 사리는 되지 못한
단단한 고집과 울화가 종유석처럼 길게 돋아나
내 몸을 뚫고 들어와 마침내 정착의 뿌리를 내렸구나
새벽에 아랫배가 아파서 눈을 뜨면
몸통도 없는 귀신이
내 긴 그림자를 받쳐 들고 시중들며 뒤를 따른다
까맣게 불탄 꼬리를 개처럼 흔들며
* 최금진 : 1970년 충북 제천 출생, 2001년 <창비> 시 신인상
시집 <새들의 역사> 등
# 감상
보잘것 없는 담석 하나에 시인의 상상력은 무한 창공을 물결치듯 번져나간다
내 어두운 쓸개에 운석 하나 날와 박힌, 백만 년이나 떠돌다, 수천만 광년을
달려와, 부처에는 이르지 못하고 사리는 되지 못한, 단단한 고집과 울화, 등 담석
하고는 대비 될 수 없는 휘황찬란한 어휘들이 연못 속 금붕어 모양 꿈틀대면서
독자를 무한의 어떤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이 시가 주는 특이한 아우라는 어두운 시궁창에서 밝은 천궁을 향해 번뜩이는
한 줄기 빛과 같은 느낌이 든다 시인의 상상력과 묘사력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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