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한 여름에게 / 강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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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97회 작성일 17-08-28 01:59본문
요절한 여름에게 / 강혜빈
편백나무가 날아오르는 시간
당신은 그대로 숲을 향해 걸어가
첫 번째 돌에 표시해둔 나를 지나쳐
마치 갈림길에서 힌트라도 쓸 것처럼
척척함과 약속은 잘 어울려
더듬 더듬 목구멍 들춰 어둠을 만지듯이
나는 오늘 가지색 인사법을 배웠고
카나리아를 내년 귀퉁이에 묻어주었지
철재로 된 새장이 무엇을 책임져?
날개 터는 방법을 잊어버렸어 어쩐지
뾰족한 부리는 당신의 피상
나는 오늘 도도한 레몬처럼 거절했고
편백나무의 날숨은 뿌리를 놓치는 것
뱃속이 잠시 투명해지는 그런 것
내가 따뜻한 흙을 퍼먹는 동안에
당신은 그대로 숲을 향해 걸어가
새끼손가락을 주머니에 넣고
어제로 통하는 길을 잘 안다는 듯이
그러나 모르는 발바닥처럼
하늘을 지나치게 올려다보며
우리는 절벽을 잊어버릴 수 있어
똑똑한 버섯들은 어떻게 우는지 들어봐
조금씩 해가 길어지고 땅이 흔들리고
당신은 그대로 숲을 향해 걸어가
# 감상
제목에서부터 삶에서 죽음을 생각하게 하거나 어떤 절망적인
처지에서 무엇인가 호소하는 듯도 하고, 감당하기 힘든 비애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도 한다,
절망적인 순간에는 우리는 스스로를 요절시키면서도 장래라는
희망을 갈망 하기도 하고,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아주 절망적인
처지에서는 모든것을 포기하고 탄식하기도 한다
- 철재로 된 새장이 무엇을 책임져?
그러나,
- 우리는 절벽을 잊어버릴 수 있어
에서 보듯이 화자는 새로운 의지를 보이기도 한다
걸림돌을 재거하고, 뛰어넘고, 부셔버리는 강한 의지가 성장하기를
기다린다
어떤 순간이라도 당신은 그대로 숲을 향해 걸어가라는 화자의 담담한
의지는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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