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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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27회 작성일 17-09-18 04:56본문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새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 감상
1965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 한 노령의 시인이 바람결에 흔들리는
수수밭을 보고 7년인가, 8년인가, 마음 속에 궁굴리다 풀어 놓은 시라 하는데,
붉은 수수밭의 일렁임에서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화자는 천불산을
찾아가는 길, 절벽에 홀로 섰을 때 수수밭처럼 울고 있는 자신을 보게된다
고통과 평온 증오와 자애가 하나로 연결 되면서 화자의 연령 만큼이나 살아온
세월 속에 돌덩이처럼 깨트릴 수 없는 굳은 고뇌랄까, 회한이랄까, 삼라만상이
화자의 마음 속에서도 일렁인다
연령 만큼이나 쌓인 연륜으로 심란한 심사를 얼레며 달래면서 화자는 알게 된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푸르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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