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에서 만져지는 뼈 / 송재학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그림자 속에서 만져지는 뼈 / 송재학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74회 작성일 17-09-30 00:58

본문

그림자 속에서 만져지는 뼈

=송재학 

 

 

     밤늦게 닿은 읍내, 이정표가 없기에 두리번거리는 가로등이 명멸하는 소읍이다 밤안개의 혀를 가진 골목이 있다면 침묵에도 안개의 혀가 있다 고양이가 할퀴고 간 골목에는 전봇대 그림자가 무심하다 완강한 콘크리트 전봇대, 꿈틀거리고 짓물른 물질 깊이 박혀 있다 전봇대는 짐짓 부드럽게 그림자를 늘려 볼썽사나운 나에게도 기댄다 내 속에 있는 철근의 부패한 냄새를 맡은 것이다 모든 전봇대 그림자는 저마다 향일점을 찾아가는데 내 그림자를 흉내 내는 전봇대는 가련하다 낯설고 간절한 극()을 원한다면 녹슨 철근과 비슷한 내 뼈만 한 것이 있을까 그들의 접촉은 부식의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내 뼈는 오래전부터 복화술을 배웠기에 그림자 속에서 휘파람 부는 뼈마디 하나 주운 것도 이상하지 않다

 

 

 

鵲巢感想文

     詩는 역시 자위다. 에곤실레의 자화상이 문득 떠오른다. 녹슨 철근같이 우락부락하게 보이는 것도 사나운 들짐승처럼 보이는 것도 어쩌면 보는 자만의 위안이다. 실제 인물은 잘생겼다. 는 마치 거울처럼 어쩌면 거울보다 더 악하게 보이는 괴물일지도 모른다. 밤늦게 읍내 같은 소책자 하나 들고 애인처럼 들여다보는 것은 시인만의 일이다. 이것은 이정표 하나 없는 밤길이나 다름없다. 어쩌다가 가로등처럼 깜빡거리는 나비라도 발견하면 그것은 내 모르는 고양이를 만난 것처럼 약간의 교감뿐이다.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을 거리와 그 거리의 가로등을 보며 굳이 가로등 하나를 뽑겠다고 나선 이 鵲巢도 웃기는 녀석이다. 밤은 자연이다. 시간은 절대 진리다. 그냥 흐르는 것이 못내 아쉬워서 아니면 살아 있어 눈 감고 흘려보내기 어려워서 완강한 뿌리 하나 뽑겠다는 것인가! 참 어이없는 짓이며 볼썽사납다. 결국, 뽑았다 하더라도 그건 또 하나의 자화상, 가련하고 낯설고 간절한 자위였을 뿐 아무작도 못 쓰는 부식의 철 덩어리다. 그사이 밤새 내 뼈는 더 굳었다. 밤새 나는 입만 더 굳건히 닫았다. 밤새 점점 더 무겁기만 하고 휘파람처럼 불다가는 고양이만 제 낯짝에 안식하며 지나갈 뿐이다.

 

 

===================================

     송재학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6세계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시단에 나왔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61건 5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6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9 0 01-05
46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9 0 06-14
4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8 0 11-15
4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8 0 01-24
4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7 0 04-23
4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6 0 02-09
45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5 0 01-18
45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2 0 12-24
4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2 0 09-30
4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1 0 01-19
4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1 0 01-05
4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0 0 01-20
4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0 0 04-21
4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0 0 12-21
44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 0 05-14
4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7 0 01-15
4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7 0 12-07
4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6 0 03-02
44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6 0 01-12
44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6 0 06-18
4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6 0 01-23
44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3 0 12-18
4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1 0 01-25
43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1 0 01-04
4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1 0 01-07
4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0 0 05-14
43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9 0 06-08
4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7 0 02-25
4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7 0 04-23
4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6 0 06-19
4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5 0 12-08
4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5 0 05-18
4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4 0 01-03
4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3 0 06-15
4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3 0 06-24
4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8 0 01-22
4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5 0 01-27
4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2 0 12-14
4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0 0 03-05
4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9 0 01-17
4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9 0 06-05
4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9 0 12-26
4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6 0 12-12
열람중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5 0 09-30
4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1 0 01-08
4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1 0 12-30
4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6 0 01-11
4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3 0 01-17
4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1 0 01-23
4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7 0 01-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