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내부 /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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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725회 작성일 15-07-28 16:33본문
장미의 내부
최금진
벌레 먹은 꽃잎 몇장만 남은
절름발이 사내는
충혈된 눈 속에서
쪼그리고 우는 여자를 꺼내놓는다
겹겹의 마음을 허벅지처럼 드러내놓고
여자는 가늘게 흔들린다
노을은 덜컹거리고
방 안까지 적조가 번진다
같이 살자
살다 힘들면 그때 도망가라
남자의 텅 빈 눈 속에서
뚝뚝, 꽃잎이 떨어져내린다
▷최금진
1970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2001년 창비 신인시인상에 당선되었다
시집 '새들의 역사' '황금을 찾아서'
산문집 '나무 위에 새긴 이름'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했다
'벌레 먹은 꽃잎 몇장만 남'았다는 것은 세월을 탕진했거나 가진 것을 잃어버렸다는 비유로 읽힌다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온 빈 털털이 절름발이 사내 앞에서 쪼그리고 우는 여자는 얼마나 불행하고
절망스러울까 그럼에도 남자는 말한다 "같이 살자 살다 힘들면 그때 도망가라" 4연의 이 말은 시적
화자가 이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표현했다고 보여지는데, 그 절실함과 애틋함이 절절하다
그런 말을 꺼내는 남자의 눈 에서도 꽃잎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내리는 풍경이 노을지는 가난한
사랑의 노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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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간만에 참, 좋은 시를 대하고 갑니다
시 못지 않게, 감상이 드리우는 여운도 깊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하늘은쪽빛님의 댓글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애롭다는.. 장미의 화려한 몸짓에서
이렇게 뼈아픈 시가 탄생하다니요..
시인님의 사유가 경이롭기도 하구요..
조경희시인님의 감상이 시 못지않게 가슴으로 절절히 다가오네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조경희님의 댓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짧은 시지만 가슴 밑바닥을 울리는 그 무엇이 있어서 올려보았습니다
다녀가신 안희선 시인님, 하늘은쪽빛 시인님
내가읽은시방을 변함없이 아름답게 가꿔주시는 분들이지요
시와 함께 늘 행복하시길 바라며
건강한 여름 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