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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이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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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1회 작성일 17-12-31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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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이형기



한겨울
심야의 라디오 일기예보는
듣기 전에 이미 가슴이 설렌다.
바람은 북동풍 초속 이십오 미터
심술로 퉁퉁 부은
천이십 밀리바의 저기압을 등에 업고
오호츠크 해로 지금 눈보라를 몰고 간다.
모든 선박의 운항 금지를 명하는
폭풍경보
세상을 온통 꼼짝달싹 못하게
계엄령처럼 숨죽여 놓고
거동이 수상한 캄차카 반도는
공중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저 혼자 미쳐 날뛰는 오호츠크 해
그리고 눈보라를
내 가슴에 가득 채우는 한겨울
심야의 일기예보.
그것은 명왕성 저쪽으로 부터
세기말의 감수성한테 보내는
은밀한 스탠바이 신호
지구 폭파의
디데이통보처럼 전율적이다.

거덜나리니
내 기꺼이 거덜나리니
바람아 광풍아 석달 열흘만 불어라!

 

* 이형기 제6시집 [심야의 일기예보]-문학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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