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 / 류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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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92회 작성일 18-01-11 04:32본문
첫 사랑 / 류 근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내 삶은 방금 첫 꽃송이를 터뜨린
목련나무 같은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아도 음악이 되는
황금의 시냇물 같은 것이다
푸른 나비처럼 겁먹고
은사시나무 잎사귀 사이에 눈을 파묻었을 때
내 안에 이미 당도해 있는
새벽안개 같은 음성을 나는 들었다
그 안개 속으로
섬세한 악기처럼 떨며
내 삶의 비늘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곧 날이 저물었다
처음 세상에 온 별 하나가
그날 밤 가득 내 눈썹 한끝에
어린 꽃나무들을 데려다주었다
날마다 그 꽃나무들 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감상
목련꽃 같이 애뜻한 첫 사랑의 모습이 수 십년 가슴 속 흔적으로 환하게 남아 흐른다
이 시를 읽는데, 50년도 넘었을 아주 먼 옛 날, 어쩌다 읽은 일본 시인이 쓴 "첫 사랑"
이란 시가 가슴 쨍- 하며 떠오른다
그 당시 시를 읽으면서 나는 소월의 시 만큼이나 내 서정적 충격을 받았는데
곰팡이 냄새 가득한 책장 속에서 그 시를 찾아내어 즐거운 마음으로 소개한다
첫 사랑 / 시마자키 토손
갓 땋아 올린 앞 머리카락이
사과나무 아래에 보였을 때
앞머리에 찔러 놓은 꽃무늬 빗은
한 송이 꽃이 그러하듯 아름다웠다
하얀 손 정답게 내밀며
빨갛게 익은 사과를 건네주던 그대
연분홍 빛깔의 가을 열매로
난생 처음 난 그리움을 배웠다
하염없이 내쉬는 나의 한숨이
그대 머리카락에 가 닿을 적에
한없이 행복에 겨운 사랑의 잔을
그대의 의미로 채워 마셨네
과수원 사과나무 밭 아래로
언제부턴가 생겨난 이 오솔길을
누가 처음 밟아 놓은 자리일까
짐짓 물어 보면 한결 더 그리워진다
* 시마자키 토손 : 일본(1872 - 1943)인 본명은 하루키, 메이지 시대 낭만주의 시의
최고봉으로 평가되는 시집 <와키나무>를 간행한 바 있으며
소설가로도 유명 <파계> <동방의 문>등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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