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국경/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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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7회 작성일 18-01-11 23:33본문
아시아의 국경
땡볕에 눌러쓴 털모자의 땀 냄새가 지나가고
사탕수수 자루 인 여인의 부르튼 맨발이 지나가고
구루마 끌고 가는 부지깽이 같은 종아리가 지나가고
가슴에 면도칼 숨긴 아이들 희번덕거리는 눈초리가 지나가고
원 달러 원 달러 외치는 흙먼지 속 다물지 못하는 입이 지나가고
때 절은 스웨터 속 불룩하게 솟은 노숙의 담요가 지나가고
마약과 매춘 실어 나르는 부황 든 뺨이 지나가고
지뢰 속에 다리 묻은 주름진 아코디언 소리가 지나가고
무기 실은 트럭이 지나가고 탱크가 지나가고 전쟁이 지나가고
팔 잘린 부처가 지나가고 목 없는 시바가 지나가고
불타는 한낮 목마른 마호메트가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가고 몽땅 휩쓸고 지나가고
아 어머니, 메콩강이 유유히 흘러가고
국경을 지우며 경계를 허물며 도도히 흘러가고
부겐벨리아꽃 붉게 피어나고
김해자 『축제』 (애지, 2007)
땡볕에 눌러쓴 털모자의 땀 냄새가 지나가고
사탕수수 자루 인 여인의 부르튼 맨발이 지나가고
구루마 끌고 가는 부지깽이 같은 종아리가 지나가고
가슴에 면도칼 숨긴 아이들 희번덕거리는 눈초리가 지나가고
원 달러 원 달러 외치는 흙먼지 속 다물지 못하는 입이 지나가고
때 절은 스웨터 속 불룩하게 솟은 노숙의 담요가 지나가고
마약과 매춘 실어 나르는 부황 든 뺨이 지나가고
지뢰 속에 다리 묻은 주름진 아코디언 소리가 지나가고
무기 실은 트럭이 지나가고 탱크가 지나가고 전쟁이 지나가고
팔 잘린 부처가 지나가고 목 없는 시바가 지나가고
불타는 한낮 목마른 마호메트가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가고 몽땅 휩쓸고 지나가고
아 어머니, 메콩강이 유유히 흘러가고
국경을 지우며 경계를 허물며 도도히 흘러가고
부겐벨리아꽃 붉게 피어나고
김해자 『축제』 (애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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