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 이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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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45회 작성일 18-02-06 09:58본문
함박눈
이원숙
이슥한 겨울밤
산 넘어 오는 순백의 산골 마을
산자락 깔고 누운 뒤란 동박새 발자국이
다봇다봇 떡고물처럼 소복하다
추녀 밑에 턱을 괴는 툇마루
댓돌 아래 하얗게 배를 채운 검정 고무신
문살 사이 까막대는 호롱불
화로에서 익어가는 쇠눈 같은 모정
하얀 밤의 어둠이 눈부시다
산마루에서 밀리는 먼산주름 기슭으로 내리면
해맑은 복수초의 샛노란 고함 눈밭에 시리다
산모롱이 돌아 고샅길 싸리문 열고 들어서서
다사多謝하는 산벚나무 한그루 후두둑
뽀얀 속살을 털면 튀밥처럼 터지는 눈꽃이
문풍지를 두드린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하늘보기』에서
프로필
제4회 국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국민일보 신춘문예 회원
***
소복하다.
잊힌 듯 묻힌 듯한 풍경이다.
언제나 언저리에서 서성거리는 그리움이기도 하겠다.
눈 오고 바람 찬 이 계절의 흑백 사진을 보고 있다.
깊은 그리움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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