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으로 / 김두안
페이지 정보
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2회 작성일 18-02-24 06:11본문
그림자 속으로 / 김두안
심장 높이쯤 열쇠를 넣고 손잡이 당기면
철문 앞에 서 있는
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뒹그는 신발들 사이
술 취한 구두 슬쩍 벗어 놓고
아 그렇다고 성급하게 불은 켜지 않습니다
희미한 살림
잠이 확 깰지도 모르니까요
나는 내 그림자 등에 기대어 앉아
거실 바닥 달빛을 희망이라도 된 듯 쓸어 모아 봅니다
똑같은, 똑같은 소리로 벽을 걸어가는
시곗바늘 뒤꿈치에
그림자를 걸어놓고
달빛 위에 가만히 누워 방 안 그림자 숲 둘러봅니다
그녀가 돌돌 말고 자는 옥수수 그림자와
창문을 넘어와 흔들리는 콩 줄기 그리고 가을로 휜 풀잎
나는 가끔
그림자 열쇠를 잃어버립니다
# 감상
화자는 비몽사몽 술취한 모습에서 텍스트를 엮어 갑니다
그림자는 술취한 화자, 즉 주체를 잃어버린 화자 자신입니다
시곗바늘 소리만 똑딱이는 텅 빈 방에 달빛이 들어오고 화자는 달빛 위에
가만히 누워 방 안의 어두운 숲을 둘러봅니다
온갖 삼라만상이 희미하게 떠오릅니다( 그녀가 돌돌 말고 자는 옥수수 그
림자, 창문을 넘어와 흔들리는 콩 줄기, 가을로 휜 풀잎)
화자는 시인이라서 주체가 없는 그림자 속에서도 낭만이 흐르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