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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냄새 / 윤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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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83회 작성일 18-03-15 02:12

본문

바람의 냄새 / 윤의섭

 

이 바람의 냄새를 맡아 봐라

어느 성소를 지나오며 품었던 곰팡내와

오랜 세월 거듭 부활하며 얻은 무덤 냄새를

달콤한 장미향에서 누군가 마지막 숨에 머금었던 아직 따뜻한 미련까지

바람에게선 사라져 간 냄새도 있다

막다른 골목을 돌아서다 미처 챙기지 못한 그녀의 머리 내음

숲을 빠져나오다 문득 햇살에 잘려 나간 벤치의 추억

연붉은 노을 휩싸인 저녁

내 옆에 앉아 함께 먼 산을 바라보며 말없이 어깨를 안아주던 바람이

망각의 강에 침몰해 있던 깨진 냄새 한 조각을 끄집어낸다

이게 무언지 알겠냐는 듯이

바람이 안고 다니던 멸망한 도시의 축축한 정원과

꽃잎처럼 수없이 박혀있는, 이제는 다른세상에 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전혀 가 본 적 없는 마을에서 피어나는 밥 짓는 냄새가

그런 알지도 못하는 기억들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에도

도무지 이 바람이 전해 준 한 조각 내음의 발원지를 알 수 없다

먼 혹성에 천년 전 피었던 풀꽃 향이거나

다 잊은 줄 알았던 누군가의 살내거나

길을 나서는 바람의 뒷자락에선 말라붙은 낙엽 냄새가 흩날렸고

겨울이 시작되었다 이제 봄이 오기 전까지

저 바람은 빙벽 속에 자신만의 제국을 묻은 채 다시 죽을 것이다

 

# 감상

 

발원지를 알 수 없는 한 조각 내음의 바람이 휘젓고 다니는  삼라만상,

온갖 세상사를 한 줄에 꿰어 천년 전에서 천년 후로, 요람에서 무덤 까

지 조근조근 호랑나비 날개 털듯 온갖 냄새를 털어 나간다

오랜 세월 거둡 부활하며 얻은 무덤 냄새, 망각의 강에 침몰 해 있던 깨

진 냄새, 다 잊은 줄 알았던 누군가의 살내, 미처 챙기지 못한 그녀의 머

리 내음,

어찌 그 뿐이랴, 바람에게선 정다움 가득한 소리도 난다

오두막집 호롱불 밑에서 나는 다듬이질소리, 달 밝은 밤 혹부리 영감네

개짖는 소리, 분둣골 개복숭아 익어가는 소리, 모래 백사장 노고지리 우

짖는 소리, 미친 여인 볼기짝 같은 바위에 물흐르는 소리, 열 여섯살 새각

시 젖꼭지 여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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