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냄새 / 윤의섭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바람의 냄새 / 윤의섭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82회 작성일 18-03-15 02:12

본문

바람의 냄새 / 윤의섭

 

이 바람의 냄새를 맡아 봐라

어느 성소를 지나오며 품었던 곰팡내와

오랜 세월 거듭 부활하며 얻은 무덤 냄새를

달콤한 장미향에서 누군가 마지막 숨에 머금었던 아직 따뜻한 미련까지

바람에게선 사라져 간 냄새도 있다

막다른 골목을 돌아서다 미처 챙기지 못한 그녀의 머리 내음

숲을 빠져나오다 문득 햇살에 잘려 나간 벤치의 추억

연붉은 노을 휩싸인 저녁

내 옆에 앉아 함께 먼 산을 바라보며 말없이 어깨를 안아주던 바람이

망각의 강에 침몰해 있던 깨진 냄새 한 조각을 끄집어낸다

이게 무언지 알겠냐는 듯이

바람이 안고 다니던 멸망한 도시의 축축한 정원과

꽃잎처럼 수없이 박혀있는, 이제는 다른세상에 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전혀 가 본 적 없는 마을에서 피어나는 밥 짓는 냄새가

그런 알지도 못하는 기억들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에도

도무지 이 바람이 전해 준 한 조각 내음의 발원지를 알 수 없다

먼 혹성에 천년 전 피었던 풀꽃 향이거나

다 잊은 줄 알았던 누군가의 살내거나

길을 나서는 바람의 뒷자락에선 말라붙은 낙엽 냄새가 흩날렸고

겨울이 시작되었다 이제 봄이 오기 전까지

저 바람은 빙벽 속에 자신만의 제국을 묻은 채 다시 죽을 것이다

 

# 감상

 

발원지를 알 수 없는 한 조각 내음의 바람이 휘젓고 다니는  삼라만상,

온갖 세상사를 한 줄에 꿰어 천년 전에서 천년 후로, 요람에서 무덤 까

지 조근조근 호랑나비 날개 털듯 온갖 냄새를 털어 나간다

오랜 세월 거둡 부활하며 얻은 무덤 냄새, 망각의 강에 침몰 해 있던 깨

진 냄새, 다 잊은 줄 알았던 누군가의 살내, 미처 챙기지 못한 그녀의 머

리 내음,

어찌 그 뿐이랴, 바람에게선 정다움 가득한 소리도 난다

오두막집 호롱불 밑에서 나는 다듬이질소리, 달 밝은 밤 혹부리 영감네

개짖는 소리, 분둣골 개복숭아 익어가는 소리, 모래 백사장 노고지리 우

짖는 소리, 미친 여인 볼기짝 같은 바위에 물흐르는 소리, 열 여섯살 새각

시 젖꼭지 여무는 소리,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70건 2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1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2 0 01-14
31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2 0 01-23
316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1 0 12-16
31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1 0 05-23
31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0 0 06-10
316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0 0 01-07
31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8 0 09-02
316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6 0 04-20
316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5 0 12-16
3161 소낭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5 0 05-04
3160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4 0 10-27
31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2 0 01-04
31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1 0 12-27
3157 강민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1 0 08-12
3156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8 0 11-19
3155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7 0 01-11
3154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6 0 02-23
31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5 0 10-07
315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3 0 01-11
315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2 0 11-04
31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1 0 07-02
3149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0 0 10-01
314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0 0 06-02
3147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9 0 10-05
31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8 0 12-18
31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8 0 03-05
314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6 0 11-04
314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6 0 12-07
314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5 0 01-20
열람중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3 0 03-15
314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3 0 01-24
3139 새빛/장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1 0 07-05
313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1 0 10-10
31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0 0 12-31
3136 바위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8 0 05-12
313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5 0 09-30
3134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4 0 06-19
3133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9 0 09-03
313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6 0 05-12
3131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6 0 11-04
31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2 0 05-27
3129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0 0 04-26
31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9 0 12-22
312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9 0 09-16
312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8 0 12-22
312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7 0 12-10
31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7 0 01-19
3123 윤정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5 0 03-28
312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5 0 12-06
31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4 0 12-1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