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줏빛 연못 / 김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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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4회 작성일 18-03-28 02:29본문
자줏빛 연못 / 김선향
2009년 3월 7일
무명의 여배우가 입김처럼 사라졌다
세상은 떠들썩했으나
곧 잠잠해졌고
후문만이 무성했다
피로 물든 그녀의 유서만이
버둥거리며 떠돌았다
그들은 오늘 밤에도
만찬에 바쳐진 산해진미 앞에서
어떤 꽃의 모가지를 먼저 꺾을까
젓가락으로 뒤적거리고
자줏빛 연못 바닥에
두 눈 감지 못한 그녀는
납작하게 누워 있다
헐벗은 여자들이 신음한다
- 이름을 알리려면 뭐라고 해야 했어요
- 실직당할까 봐 말 못했어요,
- 신고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심연은 혀 잘린 여자들의 절규로
파문이 진다
* 김선향 : 1996년 충남출생, 2005년 가을 <실천문학> 등단
# 감상
화자는 자살자의 죽음 년도와 날짜까지 기술하는 것으로 보아
실제 사건의 이야기인듯 하다
텍스트의 내용은 요즘 한참 떠들썩한 미투 운동과 함께 성추행
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남성 위주의 생활 습관에서
나온 아주 오래되고 잘못된 성문화로써 이번 기회에 잘못된 문화
자체를 반드시 바꿔야한다
피해자는 대처 할 방법이 없어 그 수모를 견디지 못해 오랜동안
고통과 한을 품고 살아야 하는데도, 가해자는 죄마저 인식하지
못하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여 잊어버리고 마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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