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 김기택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삼겹살 / 김기택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8회 작성일 18-04-04 04:08

본문

삼겹살 / 김기택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한 시간이 넘도록

내 몸에서 고기냄새가 지워지지 않는다,

불에 익은 피, 연기가 된 살이

내 땀구멍마다 주름과 지문마다 가득차 있다,

배고플 때 허겁지겁 먹었던

고소한 향은 사라지고

도살 직전의 독한 노린내만 남아

배부른 내 콧구멍을 솜뭉치처럼 틀어막고 있다,

고기 냄새를 聖人의 後光처럼 쓰고

나는 지하철에서 내린다,

지하철 안 내가 서있던 자리에는

내 모습의 허공을 덮고 있는 고기냄새의 거푸집이

아직도 손잡이를 잡은 채

계단으로 빠져나가는 나를 차창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상으로 올라오자

상쾌한 바람이 한꺼번에 고기냄새를 날려보낸다,

시원한 공기를 크게 들이 쉬는 사이

고기냄새는 잠깐 파리떼처럼 날아올랐다가

바로 끈적끈적한 발을 내 몸에 찰싹 붙인다,

제 몸을 지글지글 지진 손을

제 몸을 짓이긴 이빨을 붙들고 놓지 않는다,

아직도 비명과 발악이 남아 있는 비린내가

제 시신이 묻혀있는 내 몸속으로

끈질기게 스며들고 있다

 

# 감상

   몸에서 나는 삼겹살 구워진 냄새를 끊질기게 관찰, 탐구, 묘사해서

   만들어진 기막히게 절묘한 시 한 편을 본다

   끊어버리고 싶은 냄새는 부처님 後光처럼 달라붙어서 따라다니는데,

   - 지하철 안 내가 서있던 자리에는

   - 내 모습의 허공을 덮고 있는 고기냄새의 거푸집이

   - 아직도 손잡이를 잡은 채

   - 계단으로 빠져나가는 나를 차창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의 화룡정점이고 분위기의 압권이다

   화자의 상상력의 전이와 확산의 끝은 대체 어디까지란 말인가, 기막힌

   이 극 사실적 묘사에서 그만 입이 딱, 벌어질 뿐이다

   - 아직도 비명과 발악이 남아 있는 비린내가

   - 제 시신이 묻혀 있는 내 몸속으로

   - 끈질기게 스며들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까지 자아내게 하는 본 句節에서 뼛속 끝까지 파고

   드는 화자의 끊질긴 진력을 본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848건 10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6 0 09-23
39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0 0 10-28
39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4 0 12-10
39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5 0 01-16
39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5 0 02-21
39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4 0 03-27
39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6 0 04-30
39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6 0 06-02
3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5 0 07-07
38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3 0 08-11
38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8 0 09-18
3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4 0 10-27
38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3 0 12-05
38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9 0 01-16
3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9 0 02-26
열람중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9 0 04-04
38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6 0 05-11
38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5 0 06-18
38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0 0 07-26
37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6 0 09-04
37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2 0 10-20
37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2 0 12-08
37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3 0 01-26
37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3 0 03-16
37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7 0 05-02
3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8 0 06-20
37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1 0 08-07
3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6 0 09-28
3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8 0 01-15
36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3 0 03-05
36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8 0 05-11
3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3 0 09-01
3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1 0 04-12
36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 0 08-02
3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 0 11-22
36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0 03-14
36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7-04
36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4 0 07-19
36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0 0 08-05
35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9 0 08-22
35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4 0 09-09
35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2 0 10-02
35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1 0 10-29
35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77 0 11-25
35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5 0 12-23
35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8 0 02-02
35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62 0 03-23
35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0 0 04-30
35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4 0 06-01
34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7 0 07-0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