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시인 / 함명춘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무명시인 / 함명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45회 작성일 18-04-17 05:52

본문

무명시인 / 함명춘

 

그는 갔다 눈도 추운 듯 호호 손을 불며 내리는 어느 겨울,

가진 것이라곤 푸른 노트와 몇 자루의 연필밖엔 없었던

난 그가 연필을 내려놓은 것을 본 적이 없다

아니, 한 두어 번 부러진 연필을 깎을 때였을까

그가 연필을 들고 있을 때만큼은 언제나

바나나 같은 향기가 손에 와 잡히곤 하였다

그는 마당 어귀 가장 낮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마당엔 잎이 무성한 나무 한 구루가 서 있었다

밤낮없이 그는 푸른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넣었다, 그러면

나비와 새들이 하늘에서 날아와 읽고 돌아가곤 했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시인이라 불렀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 이름은 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인기척이라곤 낙엽 같은 노트를 찢어대는 소리일 뿐

아니, 밤보다 깊은 울음소릴 몇 번 들은 적이 있었을까

난 그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다 하기야

나무와 새와 바람과 별들이 그의 유일한 독자였으니

세상을 위해 쓴 게 아니라 세상을 버리기 위해 쓴 시처럼

난 그가 집 밖을 나온것을 본 적이 없다

밤낮없이 그는 푸른 노트에 무언가를 자꾸적어 넣었다

더이상 쓸 수 없을 만큼 연필심이 다 닳았을 때

담벼락에 도무지 읽을 수 없는 몇 줄의 시를 새겨넣고

그는 갔다 눈도 추운 듯 호호 손을 불며 내리는 어느 겨울

끝내 그의 마지막 시는 세상 사람들을 감동시키지 못했다

그 몇 줄의 시를 읽을 수 있는 것들만 주위를 맴돌았다

어떤날은 바람과 구름이 한참을 읽다가 무릎을 치며 갔다

누군가는 그글이 그가 이 세상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발표한 시라 하고

도 누군가는 그건 글도 시도 아니라고 했지만

더이상 아무도 귀에 담지 않았다

그가 떠난 집 마당, 한 구루 나무만 서 있을 뿐

도무지 읽을 수 없는 몇줄의 시처럼 세월이 흘러갔다, 흘러왔다

 

* 함명춘 : 1966년 강원도 춘천 출생,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무명시인> 외

 

# 감상

화자가 말하는 무명시인 그는 누구일까?

아마도 시를 좋아하는 이 세상 모든 張三李四 들을 말하는 듯 하다

텍스트는 장삼이사들의 혼재한 사색만을 글어모아 엮어 놓은 것 같다

 

꼭, 신춘문예나 유명 문학지에 등단 해야만 시인인가

시를 좋아하고 즐기면 모두가 시인이다, 신춘문예나 문학지에 등단

하고서도 시를 떠나버리면 그는 시인이 아니다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낳고,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낳다고

공자께서 말씀하셨듯이 그냥 시와 함께 사는 사람,

스님이 절 떠나면 못살 듯 시를 떠나면 못사는 사람이 시인이다

시인은 자연과 노는 사람,

시인은 외롭고 궁핍 하지만 그런 시인의 모습은 천사처럼 아름답다

- 그가 연필을 들고 있을 때만큼은 언제나

- 바나나 같은 향기가 손에 와 잡히곤 하였다

- 밤낮없이 그는 푸른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넣었다, 그러면

- 나비와 새들이 하늘에서 날아와 읽고 돌아가곤 했다

천사가 아니면 그릴 수 없는 이미지다

화자는 이런 이미지를 그려 내느라 호호 손가락 불며 수 많은

겨울밤을 보냈으리라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70건 27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87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2 0 11-26
286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2 0 01-05
286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0 0 11-02
286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0 0 11-28
2866 安熙善4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0 0 12-23
286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0 0 01-07
286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9 0 06-25
2863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9 0 10-24
286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8 0 06-08
286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7 0 12-25
2860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6 0 03-07
285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6 0 06-17
2858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5 0 04-03
28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5 0 12-21
2856 양현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5 1 02-08
285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3 0 12-08
2854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0 0 02-02
285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0 0 10-05
285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8 0 07-24
285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4 0 06-01
285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3 0 03-16
284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3 0 09-25
28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2 0 01-11
284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2 0 01-18
284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1 0 05-03
284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0 0 12-02
284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9 0 01-06
284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7 0 12-03
열람중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6 0 04-17
28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6 0 01-16
284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5 0 06-18
2839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3 0 04-14
283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3 0 11-08
28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3 0 12-18
2836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3 0 12-26
283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3 0 05-20
283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0 0 05-25
283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9 0 03-17
28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9 0 01-21
28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9 0 01-13
283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9 0 12-17
282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7 0 05-07
282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7 0 06-04
2827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7 3 02-12
282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5 0 05-09
282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5 0 01-20
282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4 0 05-11
282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3 0 03-28
282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3 0 02-24
28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1 0 12-3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