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 이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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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6회 작성일 18-05-07 02:51본문
시래기 / 이기인
졸린 눈으로 한숨을 쉬는 시래기가 벽에 결려 있다
그의 영혼은 일을 하러 나갔다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의 등뼈는 집으로 돌아와 시름시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작도 벽에 걸쳐놓은 굵은 손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 한다
작은 입술로 뼈마디를 주무르며 바스락거린다
온몸의 근육이 파도 물줄기처럼 번져 그의 삶을 거들고 있다
좁다란 어깨에 푸른 노동의 시간이 사이좋게 누워 있다
그의 어깨를 붙잡아서 깨우고 싶은 바람이 오늘은 외치듯이 온다
한시름을 놓은 주름살이 우두커니 허름한 살림을 본다
지나친 날개를 한 묶음 껴안은 가슴이 파닥거리고 싶다
# 감상
가을부터 겨울지나 봄까지 푸른 시래기가 시름시름 늙어가고 있다
지난 여름 파도처럼 힘차던 청색 젊음은 이제는 아득한 꿈이련가
그때는 나비도 바다를 청무밭인가 착각하고 뛰어들던 한창 시절이었지
그런 젊음이 지금은 눈보라치는 덕장 위에서 얼었다 녹았다 시들어가는
황태처럼, 바스락거리는 뼈마디로 시름시름 주름살로 늙어 가고있지
경노당 담밑에 쭈그려 앉은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처마밑에서 담벼락에서
눈비 맞으며 그 화려한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며 시들어가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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