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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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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禁書) / 오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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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5회 작성일 18-05-11 04:01

본문

금서(禁書) / 오정국

 

불탄 집의 잿가루에서 꺼내 온

이 문장은

번갯불의 타버린 혀이다 산 계곡의 얼음장이 갈라터지는 밤.

 

저수지 저쪽 기슭에서 뻗쳐오던 힘과 이쪽에서 뻗쳐오던 힘이

맞부딪힌 자리, 순식간에 얼음 밑바닥까지 칼금처럼 새겨지는

이 문장

 

번갯불의 섬광으로 눈먼자의 주술이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나는

이 길이 등 뒤에서 흘러왔음을 알고 있으니,

죽음의 혀를 불태우고 일어선

이 문장은

 

비단 꽃무늬를 얻었다가 비단꽃무늬로 허물어진 뱀의 허물이다

제 살가죽을 가시처럼 찢고 솟아오른

이 문장은

 

살모사처럼 제 어미를 물어 죽였다 그 이야기를

무심코 거기서 끝냈던 것인데 눈이 그쳤다 비로소

얼어붙은 입, 그리하여 이 문장은

 

累代에 걸쳐 완성된 피의 鐵甲이며

끓어오르다 물러터진 진흙의 후계자이다 눈 내리는 벌판에서 나는

그 어떤 말도 들은 바 없는데,

 

내 이렇게 깜깜하게 눈멀어, 아무래도 이 문장은

빛이 나에게 준 상처, 빛의 劍이라고 말하는 게 옳겠다

 

* 오정국 : 1956년 경북 영양 출생, 2012년 제12회 <지훈 문학상> 제7회

               <이형기 문학상> 수상, 한서대 문예창작과 교수

 

# 감상

서사가 뚜렷이 잡히지는 않지만 시의 제목부터 범잡 할 수 없는 어떤 우주적

힘이 느껴진다

섬뜩한 언어 구조에서 처절한 삶 속에 우러난 강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무섭게 달려드는 해일처럼 한 순간에 독자의 가슴을 덮치는 화자의 심상은

헤어날 수 없는 질곡에서 어렵게 벗어난 듯 안심 속에서도 엄중하다  

제 어미를 물어죽인 살모사처럼,

제 살가죽을 찢고 솟아오른 가시처럼, 

두터운 어름장을 칼금 긋듯 쪼개고 나온 한 줄기 번개처럼, 

이 문장은 누구도 함부로 접근 할 수 없는 禁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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