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 생각>
저에게 있어, 사찰(寺刹)은 그 어떤 종교적인 장소의 의미보다도
포근한 장소로서의 의미가 더 많은 거 같습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어릴 적에 독실한 불자(佛子)이셨던 외할머니의 손길에
이끌려 절을 많이 찾았던 기억에 연유(緣由)하는 것 같고
특히 기억에 남는 사찰은 집에서 가까왔던 서울 안국동(安國洞)에
자리한 '선학원(禪學院)'이었는데, 늘 고요한 곳이란 느낌이었죠
시를 읽으며, 전생(前生)에 단청장이었을 때 사모(思慕)의 흔적으로 남긴 '청동물고기'를
바라보는 '붉은 잉어'의 고적(孤寂)한 시선 때문인지 몰라도... 그냥, 그렇게
저 역시 어릴 적의 포근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네요
오늘 소개하는 시는 시적 대상(對象)과 화자(話者)의 의식(意識)간에
유려(流麗)한 조화가 일구어 낸, 한 편의 '고요한 아름다움'이라 할까요
시 . 공간의 차원을 뛰어넘어 먼 세월을 딛고 잔잔하게 이어지는,
(영겁[永劫]의 바람결에 실린) 그리움의 깊은 정서(情緖)도
참 좋은 느낌으로 자리합니다
어쩌면 다소, 환상(幻想)적인 분위기도 느껴져서 그 환상 속으로
시인의 모든 감각이 빨려 들어간 듯한 인상도 있지만...
어차피, 시가 서로 차원이 다른 복수(複數)의 시 . 공간을 택하고 있기에
불가피한 시적 구도(構圖)인 것도 같네요
이 詩를 감상하면서, 언어가 시에서 한 생명을 획득하기까지 그 언어는
얼마나 오래 동안 시인의 가슴 속에서 아프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새삼 다시 느끼게 됩니다
- 희선,
하월가(何月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