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캉치마 / 김미령
페이지 정보
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30회 작성일 18-07-28 04:28본문
캉캉치마 / 김미령
두꺼운 장막 열 겹의 주름 밖에 내가 서 있다
파도치는 거리 언젠가 이 바깥을 모두 걸을 때 너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도는 것을 멈출 수 없고
멈추는 방법을 우리는 모른다
너의 음흉이 나의 어리석음을 칭칭 감으며 비대해진 솜사탕처럼
치마를 벗기면 얼마나 너는 줄어들까 주름을 쫙 펴면 얼마나 넓어질까 도열한 풀들이 빽빽하게 막아선 것 잠깐 나왔다
들어가며 숨바꼭질 하는 것 누르면 까르르 웃기만 하는 아이가 들어 있고 뉘여 말리면 비쩍 마른 엉덩이들이 뿔뿔이 달아난다
무릎 위로 일렁이는 흰 건반들
밤새 입안에 쇠붙이가 많이 쌓이고 새를 날린 아침 나무처럼 너는 헐렁해져서
* 김미령 : 1975년 부산 출생, 2005년 <서울신문 > 신춘문예 등단
# 감상
짧은 치마를 입고 발랄하고 정렬적으로 황홀하게 캉캉춤을 추는 무희들의 활달하고 요염한 춤사위에서
화자는 온갖 이미지를 다 끄집어내고 있다
화자는 무희의 몸동작에서 관능적인 이미지(치마를 벗기면 얼마나 너는 줄어들까)를 찾아내는가 하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무릎 위로 일렁이는 흰 건반들)을 만들어내기도 하면서 빠르게 율동하는 춤사위
따라 화자의 이미지도 빠르게 생멸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