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시대 / 이창기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시의 시대 / 이창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74회 작성일 18-08-04 14:29

본문

 

시의 시대

 

  이창기

 

 

  라면이 끓는 사이 냉장고에서 달걀 하나를 꺼낸다. 무정란이다. 껍데기에는 붉은 핏자국과 함께 생산일자가 찍혀 있다. 누군가 그를 낳은 것이다. 비좁은 닭장에 갇혀, 애비도 없이. 그가 누굴 닮았건, 그가 누구이건 인 마이 마인드, 인 마이 하트, 인 마이 소울을 외치면 곧장 가격표가 붙고 유통된다. 소비는 그의 약속된 미래다. 그는 완전한 무엇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날아오르기를 꿈꾸지 않았다.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거나 누군가를 애끓게 사랑했던 기억도 없다. 그런데 까보면 노른자도 있다. 진짜 같다.

 

 

 

시집 착한 애인은 없다네(창비, 2014)

 

 

  언젠가 티브에서 물대포를 맞고 죽음을 맞이하는 수평아리들을 본 적이 있다. 감별사의 손을 떠난 수평아리는 무정란도 낳은 수 없는 수놈으로 태어났다는 죄로 즉결처분을 받는 것이다. 성의 불공평이 아니라 생사가 달린 경제논리다. 이렇게 선택 받은 암평아리는 제일 먼저 항생제를 탄 물로 생의 시작을 알린다. 그 다음 아프지도 말고 무정란을 쑥쑥 잘 생산하라고 사랑의 항생제 주사를 한방 먹인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일생은 몸도 돌리리 못하는 좁은 케이지에 갇혀 일평생 낮밤으로 무정란을 낳다가 폐계닭이라는 이름으로 생을 마감한다 

 

  ‘시의 시대’...제목만 봐서는 언뜻 시의 중흥기를 읊은 시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까보면 노른자도 있는 진짜 같은 알.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는 알을 맛있게 먹는 독자는 이 시를 읽으면 섬뜩하다. 이 시는 시의 시대에 시인들에게 무엇을 쓸 것인가 묻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독자가 시인이고 시인이 독자인 이 시대의 패러독스. 한때 참여시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들은 지금 무엇에 대한 고민을 하며 어떤 시를 쓰고 있을까.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70건 58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3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0 0 08-09
131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0 0 08-08
131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3 0 08-07
13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8 0 08-07
131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9 0 08-05
1315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6 0 08-04
13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6 0 08-04
열람중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5 0 08-04
131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5 0 08-02
1311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7 0 07-31
131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4 0 07-31
130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1 0 07-28
130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0 0 07-28
1307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7 0 07-27
130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1 0 07-26
130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0 0 07-24
1304 성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2 0 07-22
130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8 0 07-21
1302 푸른행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8 0 07-20
130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2 0 07-19
1300 푸른행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2 0 07-18
1299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4 0 07-17
12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0 0 07-17
1297 푸른행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6 0 07-16
1296 푸른행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1 0 07-15
1295 푸른행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0 0 07-14
129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9 0 07-14
1293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9 0 07-13
129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3 0 07-13
1291 푸른행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6 0 07-12
1290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1 0 07-11
128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3 0 07-11
1288 푸른행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5 0 07-11
1287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0 0 07-10
1286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8 0 07-10
128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2 0 07-09
1284 푸른행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2 0 07-08
1283 푸른행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9 0 07-07
128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4 0 07-06
128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1 0 07-06
1280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3 0 07-05
127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4 0 07-04
1278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8 0 07-04
1277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8 0 07-03
1276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3 0 07-03
1275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7 0 07-02
1274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9 0 07-02
12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5 0 07-01
127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9 0 06-30
12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1 0 06-2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