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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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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극장 / 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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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8회 작성일 18-08-12 15:52

본문

좀비극장 / 박지웅

 

 

 

 

     첫 장면이 죽여요 비명에서 아름다운 맛이 나요

     몸부림칠수록 침이 고여요 먹지 않을 때

     우리 입은 절규하듯 열려 있어 이 마을 저 마을 습격해요 닥치는 대로 물어뜯어요

 

     감염된 슬픔은 사후에 명랑해져요 어깨 뒤틀고 되살아나 건강하고 이 유쾌한 사후세계를 환영해요

     우리는 두 팔을 앞으로 나란히 하고 걸어 다녀요 구령은 뒤에서 들리지요 사실은 위에서 내려와요 솔직히 속이 뒤틀려요

 

     앞서 걷는 당신이 어깨를 들썩여요 당신이 흐느끼는 순진한 이유를 알아요

     그는 살았을 적 탐욕이 많았어요 먹는 것을 부끄러워하면 안돼요 식욕은 자연스러워요

     먹고 먹히는 어른들의 세계는 단순해요

     죽음의 발육이 시작되는 아귀의 동굴에서 우리는 먹으러 왔어요, 비틀거리며 서로 배 속으로 들어가요

 

     끝 장면이 또 죽여요 앞자리 여자가 휘익 돌아봐요

     나는 뒤에 있다가 갑자기 앞이 돼요

 

 

 

鵲巢感想文

     우리는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모른다. 절대 모른다. 그 세계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이는 아무도 없다. 실지, 좀비가 있든 아니면 강시나 또 다른 센서가 있는지는 그냥 추정하며 그려보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창작에 불과하다.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감독 나이트 샤말란의 식스센스를 본 적 있다. 저 친구가 죽은 자인지도 모르고 상담을 하고 있거나 상담과정을 통해서 절친한 사이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죽은 자가 예지의 능력을 가졌다든지 산 사람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한다든가 심지어 함께 거닐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이상한 행위를 보고 있는 자 또한 사후세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몸서리치기도 한다. 물론 영화처럼 시를 상상하며 볼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누가 갑인지 누가 을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강시처럼 두 팔 나란히 하여 손가락만 움직이며 뭔가 얘기를 할 때 이 마을 저 마을 습격하는 것처럼 서재에 꽂은 책을 살피는 일이라든가 현실 도피증처럼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떠올린다든가 꽤 괜찮은 감자를 깎는다든가 깔끔하게 다듬은 마늘을 찧을 때 무심코 웃음이 나올 때 고백하는 거죠. 불 좀 켜주세요 그렇다. 사실 어둠에 칼을 들고 서 있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몸이 허하니 무엇이라도 먹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때부터 탐색이다. 엑스레이 사진처럼 풍경을 그려보고 노을 속에 날아가는 새의 목 길이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투명한 물 컵에 투명한 얼음을 넣고 아스피린 한 알 넣어 마시면서 주름과 산맥이 혼동이 되고 산맥을 이루는 산을 거닐다가 지구가 흔들림을 느낄 때 또 빠끔히 들여다보는 저 여자가 다시 뒤돌아 볼 때, 순간 잊었던 것은 없는지

 

     아 이내 내가 그 뒤에서 자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온몸이 전율 같은 것이 일기 마련이다.

 

     孔子 論語에 신종추원愼終追遠, 민덕귀후의民德歸厚矣라는 말이 있다. 끝을 신중히 하고 먼 곳을 추모하면 백성의 도덕성이 후하게 돌아온다는 말이다. 여기서 끝은 죽음을 말한다. 그러니까 부모의 끝을 신중히 하여 살피고 먼 조상을 추모한다면 백성의 후덕한 덕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시인이 되고자 하는 자여 시집은 이미 끝이며 먼 곳이 되었다. 신중히 살피고 추모하기까지 하면 나의 百姓(글자)으로부터 후덕한 덕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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