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찾아 떠나는 호모루덴스 / 이 령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모자 찾아 떠나는 호모루덴스 / 이 령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2회 작성일 18-08-28 15:20

본문

모자 찾아 떠나는 호모루덴스 / 이 령

 

 

 

 

     신이 하늘의 모자를 훔쳐 인간에게 준 반역 / 순수의 퇴락은 거기서부터다

 

     모자 홀릭, / 자꾸만 바뀌는 시간의 파장을 난 모자의 부피라 읽고 / 후흑厚黑의 비밀이 그 모자의 무게여서 / 보이는 것에만 눈이 어두워지는 시간을 내일이라 쓴다

 

     비밀이 늘어날수록 난 어지럽다 / 시간의 안녕을 훔치기 위해 나의 생은 쥐뿔도 없는 블러핑

 

     머리는 있는데 모자가 없고 / 모자는 있는데 머리가 없다 / 부피와 무게는 대체로 비례하지 않기에 / 갇힌 것은 언제나 자신일 뿐

 

     마피아도 곧은 남자 / 창녀도 정숙한 여자 / 알고 보니 카사노바는 불멸의 고자

 

     수평선 너머를 보게 된 직립의 저주로부터 우리는 모자를 얻었다

 

     머리에 묘혈을 파니 모자는 / 어디든 있고 어디든 없다 / 먼지를 불리는 책상 아래 숨어 있고 / 화분 물받이 구석 곰팡이로 안착되고 / 일간지 사회면에서 착하게 부활한다

 

     신이 자신의 형상으로 만들지 못한 유일한 피조물, / 머리에 모자가 없어 우린 /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된다

 

 

 

鵲巢感想文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했다. 미쳐야 미친다.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뭐 이런 말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 정민 선생께서 쓰신 책으로 미쳐야 미친다는 조선 지식인의 삶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지금은 얼마나 살기 좋은가? 조선은 정치적인 병폐 속에서도 선비들은 살아남으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다. 어쩌면 궁핍한 생활을 잊으려고 몰입의 세계에 두 발 벗고 찾아 나선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비에 미쳐 온갖 종류의 나비를 모으고 물고기에 미쳐 각종 물고기의 생태를 조사했다. 미치지 않으면 결코 이러한 자료를 수집하고 기술하지는 않았겠다. 또한 이러한 기술이 그들의 삶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詩人은 모자를 찾아 떠나는 호모 루덴스라고 했다. 시제부터 가슴이 뜨끔거렸다. 여기서 모자는 모자母字를 뜻한다. 모자(cap 帽子)와 중첩적 이미지에 읽는 독자는 혼돈이 올 수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놀이 방법에 모자만큼 좋은 것도 없다. 물론 시인만의 세계다. 호모 루덴스 (Homo ludens)는 놀이를 하는 인간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은 논다, 놀고 있다, 노니까 다. 무엇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그 놀이 방법을 찾고 있느냐다.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 예술에 근접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건 일반인의 특징이다. 몇몇 특수한 사람은 그러니까 처한 환경과 시간의 굴레 또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서 예술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점점 모자 홀릭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보자. 문자처럼 격리되어 있지 않은지, 쥐뿔도 없는 생에 무엇을 낚아야 한다는 그런 강박관념 같은 것은 없는지, 알고 보면 카사노바 같은 불멸의 고자로 수평선 너머 직립의 돌도끼 같은 저주는 빨리 잊어야겠다. 사실, 불멸의 고자보다 입에 제대로 된 풀칠이 더 멋진 양반이 아닐까!

     그러나 예술은 인간은 호모루덴스는 어떻게 노느냐다.

     지금도 묘혈을 파는 시인들아 공자 이래 모든 모자는 모자라 일개 화분 물받이 구석 곰팡이로 섞다가 어느 날 사회면의 척하게 부활하는 모자는 없어야겠다.

     신이 자신의 형상으로 만들지 못한 유일한 피조물, 머리엔 모자가 없어, 역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인 셈이다.

     이기언야易其言也 무책이의無責耳矣*라 했다. 함부로 말하는 것은 책임의식이 없다는 말이다. 남의 글을 도용하거나 자기도 모르게 쓰는 일은 없어야겠다.

     뭐 글 뿐이겠는가! 사회는 내가 뱉은 말에 책임지지 않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또 정직하게 말하여도 듣지 않는 이가 있고 도리에 맞는 말이지만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있다.*

     역시, 우리는 사람이다.

=============================

     이 령 2013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단 詩集 시인하다40~41p

     황종택 고전 당신의 생각을 바꾼다78~79p

     * 한비자의 한비자가 말하기의 어려움(難言)을 들면서 매끄럽게 하는 말은 뜻이 불충분하고(滑澤洋洋義不充) 완벽하고 질박한 말은 부드럽게 다듬지 않는다(愼完淳朴表無紅). 깊이 생각해 정직하게 말을 해도 진정 들으려 하지 않으며(思量正直非眞聽) 도리에 맞게 해도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義理全宜亦不通)고 강조했을까. 막말 한 마디가 인간관계를 어렵게 하고, 세상을 시끄럽게 하기도 한다. 상대를 배려하는 경청과 소통이 중요하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9건 57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369 安熙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4 0 09-04
136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8 0 09-04
13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6 0 09-04
136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9 0 09-03
1365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0 0 09-03
136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3 0 09-02
136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8 0 09-01
1362 안젤루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6 0 09-01
136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5 0 09-01
136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5 0 08-31
13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0 0 08-31
13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5 0 08-30
1357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1 0 08-30
13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5 0 08-29
135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3 0 08-29
열람중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3 0 08-28
13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5 0 08-28
1352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1 0 08-27
135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9 0 08-26
135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5 0 08-24
1349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3 0 08-22
134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2 0 08-22
134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2 0 08-21
13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3 0 08-21
134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9 0 08-20
1344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8 0 08-20
134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7 0 08-19
134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3 0 08-19
13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8 0 08-18
134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4 0 08-18
13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2 0 08-17
133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3 0 08-17
13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7 0 08-16
13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4 0 08-16
133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1 0 08-15
133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1 0 08-15
13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9 0 08-15
13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1 0 08-14
13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8 0 08-14
13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8 0 08-13
13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2 0 08-12
13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1 0 08-12
132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9 0 08-12
13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5 0 08-12
13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0 0 08-11
13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2 0 08-11
1323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3 0 08-11
13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3 0 08-10
132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9 0 08-10
13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9 0 08-0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