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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를 묻다 / 이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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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9회 작성일 18-09-13 00:50

본문

수선화를 묻다 / 이경림

 

 

 

 

     그 때 내가 한 수선화에 세 들었을 때

     수선화 노란 가루를 온몸에 쓰고 수선인 척 있을 때

     수선화 꽃색은 얼마나 노란가

     듣도 보도 못했을 때

 

     그 때, 내가 한 水仙에 세 들었을 때

     水仙의 낮은 하늘을 나는 제비나비 한 마리에 없는 속을 다 내줄 때

     문득 독침 같은 바람이 와 수선화 노란 물기를 다 걷어 가는 줄도 모를 때

     수선화, 수선 수선 물기 걷히고

     녹아내릴 듯 짓무른 목을 가까스로 가누고 있을 때

 

     그 때, 내가 수선화 노란 색에 세 들었을 때

     봄 아지랑이 파도치는 허기보다

     일곱 살 계집아이가 백발 노파가 되는 일 보다 더 노랗게

     세 들었을 때

 

     수선화, 노란 향기가 뼈마디를 다 녹이고

     수선화, 노란 색이 수선을 다 지우는 줄도 모를 때

     수선화 자태는 얼마나 애틋한지

     세 살 적 처음 본 냇물처럼

     채 도착하지 않은 햇살처럼 애틋해서

     내가 그만 늙은 수선 한 잎으로 슬그머니 흘러내리고 싶을 때

     어느 캄캄한 회음부를 후룩 빠져나온 물이여

     꽃물이여

 

     거기가 어딘가

 

     아득하고 희고 푸르고도 노란, 그러나

     北溟보다 검고 희고 완강한 그 어른거림이 과연!

 

 

 

鵲巢感想文

     그 때, 내가 한 송어에 잠복했을 때

     송어 그 하얀 거품을 온몸에 쓰고 송어인 척했을 때

     송어 그 거품은 얼마나 하얀가

     듣도 보도 못했을 때

 

     그 때, 내가 한 松魚에 잠복했을 때

     松魚의 낮은 물가를 나는 소금쟁이 한 마리에 없는 속을 다 내 줄 때

     송어, 거품 거품 물질 걷어내며

     스며들 듯 짓무른 눈을 가까스로 가누고 있을 때

 

     그 때, 내가 송어 그 하얀 거품에 잠복했을 때

     가을 코스모스 꼬리 치는 허기보다

     일곱 살 계집아이가 백발 노파가 되는 일 보다 더 하얗게 잠복했을 때

 

     송어, 그 하얀 거품이 뼈마디를 녹이고

     송어, 그 하얀 입김이 거품을 다 지우는 줄도 모르고

     송어의 자태는 얼마나 애틋한지

     세 살 적 처음 본 냇물처럼

     채 도착하지 않은 햇살처럼 애틋해서

     내가 그만 늙은 송어 한 입으로 슬그머니 흘러내리고 싶을 때

 

     어느 캄캄한 질 가 후룩 빠져나온 물이여

     거품이여

 

     거기가 어딘가

 

     아득하고 희고 푸르고도 하얀, 그러나

     北溟보다 검고 희고 완강한 그 어른거림이 과연!

 

 

     송어는 또 뭐고 수선은 또 뭔가 싶겠다. 수선은 水仙이다. 물 속에 산다는 신선이다. 여기서 수선은 완벽한 세계관이자 물을 반영한다. 송어는 松魚라 했지만 送語. 거저 시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자 시어를 좀 바꾼 것 말고는 없다. 詩人은 수선이라 했지만 이 시를 읽는 나는 송어였다.

     이러나저러나 송어는 완벽한 물 껍질을 표현했다.

     세 들었을 때, 표현이 참 좋다. 세라는 말이 로 자꾸 들린다.

    

     문득 독침 같은 바람이 완벽한 세계를 대변한 문장을 읽고 그 문장에 녹아내릴 때 짓무른 목과 눈은 가까스로 가눌 때 있다.

     완전성과 먼지 하나 없는 물방울 같은 꽃물은 어찌 나오는가! 질 가 후룩 빠져나온 그 꽃물, 거기는 어딘가! 아득하고 희고 푸르고도 하얀 그 세계, 北溟보다 검고 희고 완강한 그 어른거림은 과연! 뭐란 말인가!

 

     예술의 진정성을 묻는다. 둥우리 안에서 형은 눈물을 흘리며 동생을 밖으로 밀어낼 수밖에 없었던 역사, 비유법을 가르쳐주시던 선생님들은 다 어디 가고 없고 비유법을 모르는 추운 꽃밭, 죽어가는 나무, 무서운 옥상만 보는 저 붉은 해 자해한 손목을 차마 그을 때 北溟보다 검고 희고 완강한 그 어른거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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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림 1947년 경북 문경 출생 1989년 계간 문학과 비평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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