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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신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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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5회 작성일 18-09-1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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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신용묵

 

나는 천년을 묵었다 그러나 여우의 아홉 꼬리도 이무기의 검은 날개도 달지 못했다

천년의 혀는 돌이 되었다 그러므로

 

탑(塔)을 말하는 일은 탑을 세우는 일보다 딱딱하다

 

다만 돌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비린 지느러미가 캄캄한 탑신을 돌아 젖은 아가미 치통처럼 끔뻑일 때

 

숨은 별밭을 지나며 바람은 묵은 이빨을 쏟아내린다 잠시 구름을 입었다 벗은 것처럼

허공의 연못인 탑의 골짜기

 

대가 자랐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새가 날았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천년을 가지 않고 묵은 것이니 옛 명부전 해 비치는 초석 이마가 물속인듯 어른거릴 때

목탁의 둥근 입질로 저무는 저녁을

 

한 번의 부름으로 어둡고 싶었으나

중의 목청은 남지 않았다 염불은 돌의 어장에 뿌려지는 유일한 사료이므로

 

치통 속에는 물을 잃은 물고기가 파닥인다

 

허공을 쳐 연못을 판 탑의 골짜기

나는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에 물려 있다 천년을 꼬리로 휘어지고 천년의 날개로 무너진다

 

* 신용묵 :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2008년 제2회 시작문학상, 2015년 제14회 노작문학상,

               2017년 제18회 현대시작품상, 제19회 백석문학상 수상

 

< 감 상 >

화자는 우리 삶의 이면에 숨어 있는 비의를 불교적 사유와 연결 노래하고 있는 듯하다

단단한 검은 돌, 무너질 수 없는 공든 탑, 그리고 잠 잘 때도 눈뜨는 물고기의 이미지에서 

수행정진하는 스님의 모습을, 스님의 모습에서 우리 인생사의 끝없는 노력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화자는 바람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이는 아무리 그래봐야  모든것은 허사라는 것   

천년을 묵었어도 여우의 아홉 꼬리도, 이무기의 날개도 달지 못했다는 것은 아무리 발버둥

쳐 봐야 인간은 인간 숙명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

대나무가 자라서 새가 날아와 앉는다 해도 그것은 바람의 흔적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고 

돌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결국, 우리 인생은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즉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허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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