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유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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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92회 작성일 18-09-17 14:55본문
추석
유용주
빈집 뒤 대밭 못미처
봐주는 사람 없는 채마밭 가
감나무 몇 그루 찢어지게 열렸다
숨막히게 매달리고 싶었던 여름과
악착같이 꽃피우고 싶었던 지난 봄날들이
대나무 받침대 세울 정도로 열매 맺었다
뺨에 붙은 밥풀을 뜯어먹으며
괴로워했던 흥보의 마음,
너무 많은 열매는 가지를 위태롭게 한다
그러나 거적때기 밤이슬 맞으며
틈나는 대로 아내는 꽃을 피우고 싶어했다
소슬한 바람에도 그만 거둬 먹이지 못해
객지로 내보낸 자식들을 생각하면
이까짓 뺨 서너 대쯤이야
밥풀이나 더 붙어 있었으면
중 제 머리 못 깎아
쑥대궁 잡풀 듬성한 무덤 주위로
고추잠자리 한세상 걸머지고 넘나드는데
저기, 자식들 돌아온다
낡은 봉고차 기우뚱기우뚱
비누 참치 선물세트 주렁주렁 들고서
프로필
유용주 : 전북 장수, 15회 신동엽 창작기금 수혜, 시집[크나큰 침묵]외 다수
시 감상
민족의 최대명절 추석. 상, 하행선이 몸살을 앓는다. 절기의 순환은 어김없다. 오랜만에 모여 송편을 나누며 덕담을 주고받는다. 산자와 망자 중 주인공은 누구일까? 둘 다 주인공이다. 차례 지내는 동안이라도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경건하게 삶을 기억해 보자. 우리는 모두 늙어볼 일만 남았다. 조상의 의미를 되새김질하는 시간이 추석이다. 이번 추석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아보자. 다만 며칠이라도.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댓글목록
鵲巢님의 댓글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형님 별고 없으시지요?
^^! 한가위, 추석, 보름달과 같은 단어는 정감미 물씬 납니다.
언제부턴가 이러한 정감미가 없어진 듯해서
서글프기도 하고요.
언제나 건강하시고요...
추석 안전운행 하시고요..
늘 감사합니다.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