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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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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들 / 김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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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49회 작성일 18-09-18 23:40

본문

아가씨들 / 김윤이

 

 

 

 

     편의점 매대에서 컵라면을 먹는

     생면부지 여자들이었다

     손해, 난민, 국가 내 불평등이 가져온 반목의 하나로

     현지시각 24일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결정이 실린 신문을 사며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는 우리나라

     앞치마 두른 홍대 아가씨들 점심을 흘금거리며 보았다

     지브롤터, 영유권 분쟁을 겪는 영국령 땅

     스페인을 거쳐 갈 수 있는 곳이 이젠 가기 힘든 데가 되었다

     세계의 신혼여행지, 하루 일만 명 노동자와 관광객이 몰리는 곳

     대서양과 지중해 잇는 군사 요충지 해협 역사적 장소 트라팔가르 곶

     날마다 점심을 저 아가씨들처럼 후다닥 해치운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여동생의 신혼여행지가

     지면으로 하릴없이 펼쳐졌다

     가을 무렵이면, 동생도 집을 떠나

     이베리아 반도 남부에 있는 항구에 찾아갈 것이다

     북쪽으로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과 맞닿고

     지중해 서안해양성 바람을 맞는 땅

     남북으로 뻗은 바위산처럼 결혼의 단꿈이 솟고

     차를 타고 정상에 서면 지중해와 아프리카가 한눈에 펼쳐지는 곳

     장관을 보려는 수많은 관광객 중 나는 동생을 찾은 듯 웃었다

     일의 힘겨움과 그래도 버텨야지 달래던 가족을 떠나

     급선무인 업무와 출근을 잊고 가는, 거기

     그러나 신문에서조차 젊은이들 꿈은 판독해낼 수 없었다

     반대편 질러가도 여전히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공리주의, 세계화, 인적 자본,

     민주주의, 자유, 평등을 외쳐야 하는 전지구

     신문을 덮자 나는 갑자기 공허해졌다

     밀치고 가는 사람들 속에서 먼 동생에게 손 흔들듯이 허허로웠다

     편의점 젊은 아가씨들도 어느 날엔가는

     저소득 지역과 집값에 따른 지지도와 학력별 순소득율과

     낮은 임금과 잠시 헤어질 기쁨으로, 이민자 국경 통제를 넘어

     딴은 세대로부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바이 바이, 사표 던지며 넘어갈 것인데

     이 도시 수많은 편의점은 끼마다

     천진무구한 사람을 어떻게 배불리고 있는지

     잠깐 눈 돌림에도 나는 어떤 절박을 읽은 듯 서서,

 

 

 

鵲巢感想文

     시인은 편의점 가판대에 신문을 본다. 때는 현지시각 24일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한 날, 생면부지의 여자들이 컵라면을 먹는 모습도 보이고 손해, 난민, 국가 내 불평등과 같은 문자도 보인다. 한때 영유권 분쟁을 겪는 영국령 땅 스페인을 거쳐 갈 수 있는 곳이 이제 가기 힘든 데가 되었다는 점, 세계의 신혼 여행지, 하루 일만 명 노동자와 관광객이 몰리는 곳,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군사적 요충지의 해협과 이 역사적 장소 트라팔가르 곶, 세상은 온통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이러한 내용을 읽고 있으면 마치 소화불량에 걸린 듯해서 동생이 다녀온 신혼여행지만 되새겨 볼뿐이다.

 

     가을 무렵이면 동생은 집 떠나 이베리아 반도 남부 어느 항구에 찾아갈 것이다. 북쪽으로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과 맞닿고 지중해 서안해양성 바람을 맞는 땅에도 다녀오고 싶다. 남북으로 뻗은 바위산처럼 결혼의 단꿈을 꾸고 차를 타고 정상에 서면 지중해와 아프리카가 한눈에 펼쳐지는 곳, 이러한 장관을 보며 한바탕 웃고 싶다. 그곳에서 마치 동생을 만나기라도 한 듯 시원히 웃어보고 싶다. 나도 꿈같은 신혼과 여행을 맛보며 남부럽지 않은 삶의 여유를 말이다.

     그러나 업무와 출근에 찌든 삶과 근로계약서도 없는 나라, 우리나라다. 신문에서조차 젊은이들 꿈은 판독하기 어렵다. 세상과 현실은 완전 딴판이란 말이다. 그러나 반대쪽 나라는 여전히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공리주의 세계화 인적 자본 민주주의 자유 평등과 같은 언어가 난무한다. 미치도록 향유하고 싶은 언어다. 하지만 삶에 아무런 득이 없는 물고기와 다름없다.

 

     신문을 덮자 나는 공허하다. 밀치고 가는 사람들 속에 동생만 손 흔들 듯이 허허로워 보였다. 그러나 나는 저소득 지역에서 집값에 따른 지지도를 생각하며 학력별 소득율과 낮은 임금과 싸울 뿐이다. 이 나라를 먼저 떠나 간 동생만 여전히 생각난다. 나는 사표 던지며 이상을 찾고 싶을 뿐이다.

     이 도시에 수많은 편의점은 끼니마다 천진무구한 사람을 어떻게 배 불리고 있는지! 잠깐 눈 돌림에도 나는 또 이 절박한 마음에 몸서리친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개인 평균 소득은 향상되었다. 하지만, 향상된 소득은 소비를 따라갈 수 없다. 자본주의 어떤 모순 같은 이 웃지 못할 게임에 우리는 인권 없는 인권에 내 던져진 물질과 같다.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며 세상을 바라보지만, 편의점과 같은 세상은 삶의 진솔한 정을 지운 지 오래다. 모든 것은 휴대전화기에 있고 세상은 좁데 세상은 한없이 넓어 우리의 선택만 기다릴 뿐이다. 천차만별인 가판대는 입맛대로 고르고 고른 그 물고기는 탄력과 쫄깃함의 실험대에 오른다.

      그러니 누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이 나라를 짊어질 것인가? 얼른 돈 벌어 세계 여행이나 두루 다니며 정말 경쟁 없는 이상적 국가에 머물러 푹 쉬었으면 싶다.

 

     산업자본주의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이행은 더욱 기계화된 세계에 하나의 부품과 같다. 어쩌면 가난과 더불어 생활의 불편함은 있더라도 정이 넘치는 곳, 그곳이 가장 이상적인 우리의 고향이 아니겠나 싶다.

 

 

     農夫面膚黑 농부는 낯과 살갗이 새까맣고

     農婦亦跣足 농부의 아내도 맨발이네

     老醜兩相忘 늙고 추해도 서로 잊은 채

     餺飩共一掬 수제비와 찐만두를 한 그릇씩 하네

 

     膚살갗 부, 맨발 선, 추할 추, 수제비 박, 만두 돈

     조선 후기 문신 이양연의 격조다. 낯과 살갗이 새까매도 아내와 밭 매는 모습이 선하다. 늙고 추해도 누가 볼 사람이 있을까! 아내와 더불어 수제비 한 그릇과 찐만두 한 그릇씩 나눠먹으며 여기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무엇이 더 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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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이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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