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가 우는 새벽 / 김민철
페이지 정보
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09회 작성일 18-09-24 04:33본문
성에가 우는 새벽 / 김민철
중환자실 창은 천사가 내려오는 길
그 발자국이 성에꽃이라고 어머니는 말했네
발목이 예쁜 천사, 날개도 없이 와서
또 어느 영혼을 유리병에 담아가려는지
오늘은 빗소리 들리는데
아주 조용히 빗발로 걸어 다니는 것이 보이는데
우산도 없이 와서 겨울나무는
하늘 쪽으로 제 잔뼈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러나 중환자실은 눈 오는 풍경같이 차갑고
링거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심전도 기계음만이 하루를 반복시키고
나는 또 젖은 아버지의 핏줄
속으로 들어가는 죽기전의 아버지를 본다
나는 입을 다물고 있는데
성에꽃이 참았던 울음을 와락 쏟는다
아름답지 않은 죽음이 또 첩첩산중으로 들어가나 보다
* 김민철 : 1981년 서울 출생, 201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 감 상 >
화자는 중환자실에 누워서 링거를 맞으며 죽을 때만을 기다리는 아버지와
중환자실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깊은 상념에 빠진다
창살에 붙어 있는 하얀 성에를 아버지 죽음을 대리러 온 저승사자(예쁜천
사)로 생각하고, 창밖에 쓸쓸히 서있는 앙상한 겨울나무와 링거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심전도 반복 기계음 소리 들으면서, 고통에 고통을 반복하는
죽음 직전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저승사자도 울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하는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