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자화상2 / 한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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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96회 작성일 18-09-30 03:35본문
유리 자화상2 / 한이나
성에 낀 유리벽에 기대어
바깥세상을 보고 있었어
여기는 이세상의 어디쯤일까
나였던 그 아이
단발머리 소녀가 오래된 떡갈나무로 서 있고
산비알에 앉아 뭔가를 끄적이고 있어
맘은 늘 먼 데 하늘가 뭉게구름을 데불고 노는
창틀 안과 밖의 틈 사이
용케도 이겨낸 눈부신 기적, 여기 있음을
네 덕분이야 한 뿌리로 묶은
유리가 끌고 온 햇살의 따뜻한 온정
그건 성에 낀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꾹 꾹
글자를 눌러 쓰던 일이야
속이 보이지 않는 그리움을 뼈아프게 호명하는 일이야
꿈쏙에서조차 한 번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내 삶에
지나가는 사람처럼 달랑 사진 한 장으로만 남은 사내
감히 사랑해도 되는 걸까 아, 버, 지
* 한이나 : 1951년 충북 청주 출생, 1989년 <시와의식>으로 등단
시집 <유리 자화상> 외 다수
< 감 상 >
화자는 성에 낀 유리벽에 기대어 바깥세상을 보면서 지난날의
자신을 생각하고 있는 듯
유리벽 밖에 있는 떡갈나무가 단발머리 였던 자신으로 보이고
그 당시 마음은 늘 하늘가 뭉게구름처럼 둥둥 떠 다니는데,
그 당시와 지금 사이에서 일어난 어떤 고난(병?)을 용케 극복한
기적을 생각하며, 그것은 자기의 극진한 집념(유리가 끌고 온 햇
살의 따뜻한 온정)의 덕이라 회상한다
또 화자는 성에 낀 유리창을 손가락으로 꾹꾹 글자를 눌러 쓰면서
달랑 사진 한 장으로 남아있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뼈절이게
느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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