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의 유전자 / 박무웅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말뚝의 유전자 / 박무웅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6회 작성일 18-10-10 23:13

본문

말뚝의 유전자 / 박무웅

 

 

 

 

     말뚝에 묶인 소는 온순하다 / 그깟, 힘 한번 쓰면 / 말뚝쯤은 단번에 쑥 뽑히겠지만 / 소는 그런 힘쓰지 않는다 / 소는 말뚝에 묶였을 때 / 비로소 쉴 수 있다는 것 알고 있다

 

     소에게는 여럿의 주인이 있다 / 여물을 주고, 등을 쓸어주고 / 엉덩이에 말라붙은 똥 딱지를 떼어주는 주인 / 그런 주인 말고도 / 코뚜레와 밧줄의 끝을 쥐는 손이라면 / 어린아이와 늙은이를 가리지 않지만 / 그중 가장 마음씨 좋은 주인은 / 말뚝이다 / 밭들이 뒤엎어지고 / 씨앗들의 파종기가 끝나면 / 소는 나른한 눈꺼풀을 즐기는 것이다

 

     사실 소는 저의 머리에 / 이미 두 개의 말뚝을 / 꽝꽝 박아놓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지 /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지 /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소는 그런 힘 / 함부로 쓰지 않는다

 

 

 

鵲巢感想文

     소와 말뚝은 대립각을 잘 이루었다. 말뚝처럼 앉아 소를 바라보고 있다. 참 온순하다. 거저 말뚝이 주인이라면 우스운 일이지만, 힘 한 번 쓰지 않고 끔뻑끔뻑 바라만 본다. 소의 주인은 여럿이다. 판본도 여럿 있어 장소 불문하고 시간까지 초월하여 밭을 경작한다. 정말이지 제대로 된 복제시대에 인세까지 누린다면 그 행복은 소겠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다. 스마트 폰 시대이자 접속의 시대에 단지 살아있는 소몰이에 불과하다. 그 새끼를 낳고 또 낳고

     여물을 주고 등을 쓸고 엉덩이에 말라붙은 똥 딱지까지 떼는 말뚝,

 

     세상은 바뀌었다. 문학의 접근도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나마 말뚝은 행복하다. 그러나 말뚝 없는 세상, 말뚝처럼 있고 싶어도 세상은 너무 빨라 말뚝 같은 우리는 불안하다. 말뚝도 없거니와 말뚝을 제대로 찾지 못한 소도 꽤 많다. 얼룩소까지 날뛰는 세상에 말뚝은 진정 말뚝이었으면 하는 바람까지 싹 쓸어갔다.

 

     밭을 제대로 경작하여 만인이 행복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제대로 경작하는 소는 과연 몇이나 될까? 경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우리의 소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어디에 박지 못한 채 말뚝은 오늘도 질질 끌며 행선지 하나 없이 치이고 있다.

 

 

     聞道詩人長十丈 시인의 키가 열 길이라 들었는데

     果然詩人長十丈 시인의 키가 과연 열 길이더라

     若不詩人長十丈 시인의 키가 열 길이 아니라면

     那能放糞此壁上 무슨 수로 이 벽 위에 똥을 싸서 뭉갰으랴

 

 

     가을에 / 鵲巢

 

     까투리한마리가 감나무앉아

     아주붉고질퍽한 대봉을쫀다

     감은익었나싶어 걸어가다가

     한옴큼찍다말고 퍼드덕난다


     산새도이리알고 와서쪼는데

     문향이차고넘쳐 절로흐르데

     어찌한생이짧고 쓸쓸함일까

     이가을애써흠뻑 앉아울어라

 

=============================

     박무웅 1995년 심상 등단

     漢詩 용등시화 62p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사행소곡 벽돌들 鵲巢 384p 正門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60건 4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51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7 0 01-24
5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6 0 01-23
5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1 0 01-22
50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2 0 01-21
50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5 0 01-20
5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4 0 01-19
5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6 0 01-18
5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4 0 01-18
50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1 0 01-17
5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8 0 01-17
50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3 0 01-16
4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5 0 01-16
4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0 0 01-15
49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9 0 01-15
4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2 0 01-14
49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6 0 01-14
49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8 0 01-13
4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7 0 01-13
49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8 0 01-12
49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4 0 01-12
4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1 0 01-11
48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1 0 01-11
48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4 0 01-10
48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3 0 01-10
48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5 0 01-09
48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1 0 01-09
48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1 0 01-08
48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5 0 01-08
48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5 0 01-07
48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4 0 01-07
48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0 0 01-06
47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3 0 01-05
47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6 0 01-05
47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9 0 01-04
47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8 0 01-04
47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3 0 01-03
47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0 0 01-03
47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8 0 01-02
47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7 0 01-01
47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1 0 12-31
47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1 0 12-31
46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0 0 12-31
46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4 0 12-30
46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7 0 12-30
46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2 0 12-29
46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0 0 12-29
46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1 0 12-28
46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7 0 12-28
46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7 0 12-27
46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4 0 12-2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